처음레터가 보내는 아홉번째 편지 구독하기 지난레터 처음이 되는 시간, 11시에 만나는 독립일기 vol. 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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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의 처음
옆 집에 새로운 이웃이 이사 왔다. 어느 날 집에 오니 화장실에서 담배 냄새인지,
인센스 향인지 헷갈리는 냄새가 났다. 어느 날에는 파티를 하는 소리가 났다.
처음으로, 나도 이제 시끌벅적한 이웃을 두게 된 건가 싶었던 한 주.
그리고 뉴스레터를 보내게 된지 거의 2달을 맞아, 구성과 모습을 바꿔보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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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처음레터 미리보기/
💌 EP. 09
쉼에 대하여
📮 MEET. 09
쉼을 찾을 수 있는 공간
💬 QUESTION. 05
나만의 휴식 방법
💡LIFE. 09
내가 모르는 삶, 그 연결의 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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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저 최근 며칠이 바빴으니 이번 주말 하루는 빈둥대겠다거나, 조금 더 잠을 자고 싶다거나 하는 단기간의 갈증이 아니라 정말 '쉼'이 필요하다는 느낌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느낌. 보통은 며칠, 몇 주, 몇 달의 피로와 스트레스가 조금씩 쌓이고 뭉치기를 반복하며 어느샌가 나를 짓누르게 될 때다. 최근에도 문득 그런 의미의 '쉬고 싶다'는 생각이 찾아왔다.
그렇게 홍천의 숙소를 찾았다. '힐리언스 선마을'이라는 곳으로, 최근 인기를 끄는 '웰니스'를 중점적으로 내세우는 곳이다. 가장 특이한 점을 고르라면, '인터넷이 끊기는 산속 마을에서의 하루'라고 할 수 있겠다. '이 길로 가도 되는 거야?' 싶은 생각이 들 때까지 산속 길을 차로 달리다 보면 꽤 큰 마을이 등장한다. 이 마을에 들어오면서 바뀌는 한 가지는, 휴대폰 데이터가 터지지 않는다는 것.
셀프 체크인을 하는 공간과 건물 한 동에서만 와이파이가 잡히고 나머지 모든 곳에선 휴대폰에 인터넷 연결을 할 수 없다. 방에는 TV가 없고, 넓은 산속 마을 구석구석을 오가는 방법은 두 다리를 이용한 걸음뿐이다. 미리 신청한 생활한복으로 갈아입고 나면, 그동안 다른 숙소에 들어왔을 때 느끼던 기분과 조금은 다르다. '근데, 이제 뭘 하지?'. 정보나 스케줄을 알려주는 태블릿 PC가 방마다 있지만, 재미를 위한 기능은 하나도 없다. 남겨진 건 적막한 방과 조용하고 넓은 산속 마을의 나. 그리고, 마을 곳곳을 쏘다니는 고양이와 토끼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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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속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는 일이 이렇게 좋을 줄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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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 어떤 도움도 없이 하루를 보내야 하는 건 아니다. 기본 프로그램도 있고, 유료 프로그램도 있어서 마음먹기에 따라 꽤 '바쁘게' 하루를 보낼 수 있다. 내가 신청한 프로그램 중 '숲 테라피'는 마을이 위치한 숲길을 20분가량 걷고, 숲속에 20분 정도 누워있는 일정이었다. 고요한 숲속에서 높이 뻗은 나무와 하늘을 바라보는 경험은 잊히지 않을 만큼 좋았다. 나무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을 한없이 쳐다보다가 스르르 눈이 감길 땐 자유롭다고 생각했다. 평소엔 눈을 감아도 현실의 문제들과 고민이 아른거렸지만, 그때만큼은 잊을 수 있었다.
독립한 집에서 쉴 때면 "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깨닫곤 한다. 함께 살 때는 '혼자가 아니라서 쉴 수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혼자 살더라도 휴식은 쉽지 않았다. 누워서 유튜브 곳곳을 뒤적이거나 드라마를 보는 일이 내게 정말로 '잘 쉬었다'라고 생각하게 만들지는 않았으니까. 종일 침대에 있던 날이면 몸은 편했지만 동시에 찌뿌둥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고, 괜스레 '너무 시간을 허비했나' 싶은 죄책감이 들 때도 있었다.
애초에 집에 있으면 눈에 들어오는 집안일들을 해결하게 되거나, 애써 외면해야 한다는 점에서도 마음을 내려놓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책을 읽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아도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고 괜히 휴대폰을 열어보거나 컴퓨터를 켜게 되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보다 자유롭게, 그리고 마음 편히 시간을 보내며 '쉼'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정말로 '잘 쉰다'라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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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개운하고 맑아지는 게 쉼이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되려면, 나만을 돌아보아야 한다는 것도 알았다. 회사 일, 잡다한 고민, 사소한 걱정들, 괜한 책임감도 내려놓고,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모습이나 취향을 담은 콘텐츠를 보기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하는 게 필요했다. 걷고 싶으면 걷고, 몸을 풀고 싶으면 스트레칭하고, 건강한 음식을 먹는 일. 다른 시간대가 아니라 내가 주체적으로 정한 시간과 감각에 맞춰 하루를 보내는 일.
물론 휴대폰이 터지지 않아 혹시나 업무 연락이 온 것은 아닐지,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지 괜히 마음이 불안해지기도 하고 어떤 부분에서는 무료하다고 느낄 수도 있었던 경험이었다. 하지만 쉼이 필요하다고 느꼈던 내게, 종일 누워서 잠을 자거나 유튜브를 보는 것보다는 더 '쉼'에 가까웠던 경험이었다. 산속의 공기에 집중하는 일, 바람을 느끼는 일, 오로지 내 걸음으로 움직이는 일, 걱정 없이 뛰어노는 고양이를 보는 일, 밤이 되면 바로 앞도 보이지 않는 칠흑의 어둠에서 한 발짝 걸으며 하늘의 별을 쳐다보는 일. 그 많은 '일'들이 곧 '쉼'이었다는 걸 알았으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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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저래 이번 처음레터는 '쉼'을 주제로 정했다. 앞서 소개한 힐리언스 선마을에 대한 정보를 조금 더 풀며 비슷하게 '웰니스'를 주제로 한 숙소를 하나 더 담았다. 거리나 가격 측면에서 자주 갈 수 있는 곳도 아니고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호캉스'와는 일부 거리가 있기도 하다 보니, 맘 잡고 '휴식'을 원하는 날 고려할 수 있을 선택지. 다음에는 꼭 숙박이 아니더라도, 또 다른 형태의 쉼이 가능한 공간을 가져와 볼 수 있게 준비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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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없는 산 속의 휴식, 홍천 힐리언스 선마을>
📍강원 홍천군 서면 종자산길 122
앞서 에세이에 적었던 공간. 식사는 저녁(한식)과 조식(양식)이 기본적으로 제공되고, 프로그램은 도마 만들기(유료)와 같이 긴 시간 걸리는 것과 숲 테라피, 소도구 테라피 같은 무료 프로그램들이 있다. 그 외에도 책을 읽는 공간, 편하게 누울 수 있는 카페, 사우나와 찜질방, 산책로 등 공간이 많으니 자유롭게 이용 가능하다. 어디에서도 인터넷이 되지 않지만, '가을동'의 별도 공간은 와이파이가 제공되어 급한 작업이나 연락을 할 수 있으니 참고! 다만 방이 조금 좁은 편이고, TV도 없어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다. 기본적으로 주는 식사와 카페에서 판매하는 간식류를 제외하면 음식도 구할 수 없기 때문에 대비하고 가면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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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기획된 휴식, 정선 파크 로쉬 리조트앤웰니스>
📍강원 정선군 북평면 중봉길 9-12
앞선 힐리언스 선마을이 '자연 그 자체'를 강조한다면, 파크 로쉬는 자연 속에서 우리에게 익숙한 편안함을 잘 갖춰져 놓은 곳이라 할 수 있겠다. TV도 있고, 방도 널찍하고 다른 호텔처럼 시설이 깔끔하게 갖춰져 있다. 다만 정선 산속에 자리 잡고 있기에 주변에 식당이나 기타 시설은 따로 없다. 그래도 내부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할 수 있고, 지하에 무인 편의점도 작게나마 구비되어 있어 크게 불편할 일은 없다. 요가나 명상 같은 각종 휴식 관련 프로그램이 저녁/아침 시간대별로 다양하게 있어 좋았다. 이는 취향에 맞게 신청하면 되지만,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체크인 며칠 전에 예약해야 무리없이 참여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음악감상을 할 수 있는 공간(헤드폰을 대여할 수 있다)이나 탁구장 같은 시설도 있고, 수영장과 사우나가 잘 갖춰져 있다(특히 사우나는 정말 맘에 들었다!). '웰니스' 컨셉에 맞춰 객실에는 커피가 아니라 카페인이 없는 차가 제공되기도 하고, 지역 특산물로 만든 건강한 조식도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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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을 위해 훌쩍 떠날 수도 있지만, 평소에 그러긴 쉽지 않다. 현생도 바쁘고, 여러 사정이 우리의 일상 곳곳에 숨어 있기 때문. 그렇기에 어딘가로 떠나지 않고도, 특별하게 무언가를 사거나 준비하지 않고도 할 수 있는 휴식의 방법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고 싶었다. 어차피 우리는, 우리가 일어나고 잠드는 공간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밥을 먹고 놀고 휴식을 취하니까. 우리의 일상 속에서 휴식하는 법을 배워야 하니까.
집이든, 집이 아니든, 어디에서든 할 수 있는 자신만의 휴식 방법을 알려주었으면 좋겠기에 질문을 만들어 보았다. 그 휴식 방법은 책을 읽는 것이 될 수도 있고, 잠을 자는 게 될 수도 있고, 자전거를 타러 가는 게 될 수도 있고,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 놓는 게 될 수도 있겠다. 그게 아니더라도, 휴식에 대한 본인만의 경험과 생각, 이야기 그 어떤 것이어도 환영! 참고로 나는, 보통 창문으로 햇살을 받으며 좋아하는 채널이나 노래를 틀고 낮잠을 청하는 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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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9.
이번 주의 생각 : 내가 모르는 삶, 그 연결의 휴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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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알게 된 다큐멘터리. 상주에 있는 봉쇄 수도원을 다뤘는데, 수도원에 계신 분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영상이었다. 내가 알 수 없는 삶에 대한 영상이라 내용 자체도 흥미로웠지만, 나는 주로 '쉼'을 위해 이 영상을 틀었던 기억. 대사나 내레이션이 적고, 그 소리도 잔잔하게 이어지는 영상인데다 그만큼 자연의 풍경과 소리가 담겨 있다. 그냥 생각 없이 보아도, 배경으로 틀어도 나의 마음이 편안해지는 경험을 하게 되어서, '쉼'을 위해 선택하는 영상으로도 남아버렸다. 내 삶과 전혀 다른 삶, 내가 보는 풍경이 아닌 풍경, 그 속의 잔잔함과 진심, 고요함이 닿았던 걸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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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독립일기는 여기까지/
처음레터는 독립과 함께 만나게 되는
수많은 처음의 상황과 감정들을 다뤄.
격주 목요일(당분간은 매주!), 혼자가 되는 시간 밤 11시에 메일함을 찾아갈게✨
이번의 편지나 처음레터를 두고, 나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무엇이든 아래 링크로 편지를 남겨줘.
꼼꼼히 읽고, 생각하고, 고민하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 볼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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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우리들의 독립과 처음에 대한 이야기가 알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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