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레터가 보내는 일곱번째 편지 2022. 08. 18(목), 혼자가 되는 시간 11:00에 만나는
일곱번째 독립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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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는 영 소질이 없는 내가 만든 그림. 이라고 하기엔 양심에 찔린다. 내가 한 일은, AI에게 '맑은 날, 도시 속에서 강을 바라보는 여성에 대한 이미지를 만들어줘'라고 메시지를 보낸 것뿐. 사용한 서비스는 'Midjourney'. 베타 버전이고, 디스코드 계정을 통해 원하는 이미지를 영어로 적어내면 1분 뒤 완성된 이미지를 4가지 버전으로 만들어 준다. 위 이미지도 그 4가지 중 가장 맘에 든 것을 크게 달라고 요구해서 받은 것이고, 만들어준 이미지를 바탕으로 수정한 새로운 버전을 받을 수도 있다.
인공지능이 어디까지 왔는가-에 대해서는 더 이상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이라는 것만 알고 있는데, 이렇게 만나니 신기했다. 개인적으로는 바둑을 나름대로 오래 뒀었는데, 2016년에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이긴 것을 보고는 인공지능에 대해 포기하게 됐었더랬다. 불가침의 영역으로 여겼던 바둑이 무너진 걸 보며, 무얼 상상하건 인공지능은 그 이상이라는 확신이 들어서. 다만 MidJourney의 인공지능도 나름 인간미(?)가 있어서인지, 요구한 것과 다른 결과물을 가져오기도 했다. 내가 주문한 건 집에 혼자 있는 남성이었는데, 여럿이 있는 결과물만 만들어 내더라. 물론 이렇게 말하면 인공지능은 '너의 영어 실력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하겠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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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에는 연어 스테이크와 연어장을 해 먹어야겠다'
그렇게 다짐한 나는 마켓컬리와 쿠팡에서 연어 상품을 장바구니에 몇 번 넣었다 빼기를 반복하고, 몇 가지 유튜브 레시피 영상을 보며 필요한 재료를 가늠했다. 그러다 이마트에 가게 된 날 눈에 들어온 연어를 보고 바로 구매했더랬다. '연어 스테이크 300g'라고 이름 붙여진 그 제품. 껍질이 있는 걸 보며, '반쪽은 벗기고 장을 담그고, 반쪽은 껍질 채로 구워서 스테이크를 만들면 딱 맞겠다'고 생각하곤 뿌듯해했다. 적당한 무게에, 적당한 가격으로, 원하는 데 필요한 재료를 산 것 같아서.
집에서 난생처음 연어 껍질을 벗기고 나서 알게 됐다(물론 말처럼 쉽게 벗기진 않았다. 영상에선 한 번에 벗겨내던데, 나는 이래저래 너덜너덜해진 연어를 받아들여야 했다). 스테이크용 연어는 생으로 먹지 않는다는 것을. 문제는 연어를 이미 장을 담그겠다고 썰어둔 뒤였고, 간장도 끓여둔 뒤였다는 거지만. 장에 들어갈 채소를 아직 썰기 전이었다는 게 그나마 위안이었다. 결국 남은 스테이크용 연어를 가지고 스테이크를 해 먹었다(구석구석 튀는 기름과, 소스용 생크림을 구하기 위한 난관과, 다양한 설거지 거리 같은 이슈들을 잊어둔다면)
연어장을 포기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당연히 며칠 지나 연어장도 담궜다. 담그고 나니 청양고추 넣는 걸 빼먹었다는 거나, 레몬을 잘못 썰어서 모양이 예쁘지 않았다거나, 나중에 용기를 열어보니 연어의 일부가 익어있었다는(나름 간장을 식히고 넣었는데, 충분하지 않았나 보다) 이야기나, 연어의 촉감이 '말랑'이 아니라 '파삭' 혹은 '딱딱'이었다는 실패도 함께 찾아왔다. 물론 그럭저럭 와사비와 함께 해치우긴 했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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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사진에는 그 이면의 이야기가 담기지 않는 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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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하게 좌절감을 안겨준 연어 외에도 실패담(?)은 이번 주에 하나 더 있었다. 어느 날 밤, 여느 때처럼 유튜브 세상을 항해하던 중 발견한 사실. '수건을 세탁할 땐 섬유유연제를 넣으면 좋지 않다'라는 얘기. 물론 일반 세탁물과 따로 하면 좋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으나(안다고 매번 실천하는 건 아니지만), 수건을 빨 때 섬유유연제를 넣으면 수건의 재질을 상하게 한다는 건 정말 몰랐다. '상식'이라는 이야기들을 보며, 또다시 나의 지식을 탓할 수밖에 없었더랬다. 연어의 생태도, 수건 세탁법도 모른 채 독립생활을 이어가고 있었구나(작게는, 섬유유연제를 많이 넣으면 장땡인 줄 알았던 것도 있었다)
배움엔 끝이 없고, 아는 것에 자만하지 말 것. 옛날 어느 어른이 그랬겠지. 독립한 지는 어느새 7개월을 넘겼고, 여러 시도 끝에 찾아낸 나름의 효율적인 규칙 속에 삶을 영위하면서 '이 정도면 나름 잘살고 있는 걸'하고 뿌듯해했지만 턱없는 이야기였다. 잘 살기는 정말 어렵고, 나는 여전히 모르는 것투성이겠구나. 지금 하는 삶의 행동들 역시 잘못된 이야기가 많겠구나. 그래도 꽤 많이 왔다고 생각했는데 고개를 넘고 보니 그 앞에 엄청 많은 고개가 있다는 걸 발견한 기분이랄까.
그래도 이런 배움이 나쁘진 않다. 재료비에서 엄청난 손해를 본 연어 스테이크를 만들거나, 뚜껑을 열어보니 군데군데 익어있는 연어장을 만들거나, 수건을 세탁하며 섬유유연제를 썼다지만, 이제는 달라질 테니까. 다음엔 생선 껍질을 벗기는 데 조금 더 자신감이 붙을 수도 있고, 다음 연어장은 조금 더 말랑말랑할 것이고, 다음 세탁은 보다 과학적으로 할 수도 있겠지.
여전히 배울 것 가득인, 이 작은 방 한 켠의 세상이 아직은 재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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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일 하나 없는, 이 작은 방의 커다란 세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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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eet 7. 새로 오픈한, 따끈따끈한 사이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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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무언가는 언제나 반갑다. '처음이니까', 괜히 호기심이 동하고 알아보고 싶다. 게다가 그것이 내 취향과 맞을 때 반가움은 배가 된다. 이번 주엔 막 오픈한, 따끈따끈한 사이트 2곳을 가져왔다. 게다가 앞으로 자주 이용하게 될 것 같은, 그런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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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을 세우겠다는 '호텔 진심러'가 만든 호텔 리뷰 종합 웹사이트>
하나는 '호텔콘텐츠닷컴'. 직접 가보지 않더라도 다양한 호텔 사례를 보며 공간과 디테일을 배우기 좋아하는 나는 평소에 각종 호텔 리뷰를 보고, 전문가를 팔로우하고, 호텔 책을 읽는다. 그 과정에서 알게 된 크리에이터가 '체크인'님. 직접 호텔을 세우겠다는 목표를 위해 수많은 호텔을 리뷰하고 있는데, 그 경험들을 모아 사이트가 만들어졌다. 직접 가본 후기를 바탕으로 다양하게 큐레이션된 호텔 정보를 볼 수 있고, 차후엔 예약을 할 수 있는 딜까지도 오픈될 예정이라고 하여 귀를 쫑긋 세우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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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것도 만화로 보니까 볼만하더라>
다른 하나는 '이만배'. 웹툰 사이트라고 하면 이름이 뭔가 이상한 느낌이겠지만, '이걸 만화로 배워!?'의 줄임말이다. 평소에 각종 지식을 웹툰으로 풀어주는 분들을 팔로우하고 있는데, 그분들이 새로 론칭하는 이곳을 소개해서 알게 됐다. 사이트 제목처럼, '배울 수 있는' 주제들에 대한 웹툰이 모여 있다. 과학, 역사, 신화, 경제 등 다양한 주제가 있고 앞으로도 더 다양한 주제와 웹툰들이 추가될 예정인 것으로 보인다. 알음알음 지식 웹툰을 찾아다니던 나로선 모아서 볼 수 있다니 반가워서 괜히 사이트를 들락날락하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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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uestion 4. 나 혼자를 달래주는 채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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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던 어느 날 밤, 그런 이야기를 나눴었다. 혼자 있는 방에 틀어 놓는 채널이 무엇인지. 어릴 적의 나도 집에 혼자 남게 되는 날이면 괜스레 TV를 틀어 놓고 있었더랬다. 독립한 지금은 음악을 틀어 놓거나, 시간이 긴 어느 영상을 친구 삼고는 한다. 이 집에 나 홀로 있어서 좋지만, 혼자이고만 싶지는 않아서. 누군가와 함께 있다는 느낌이 필요해서.
나는 주로 무한도전을 틀거나, 유튜버로는 침착맨을 튼다. 가끔은 과학이나 지식 채널을 틀어 놓는다. 어느 내용 하나라도 귀에 꽂히면 좋으니까. 누군가가 떠드는 소리, 웃는 소리, 질문하는 소리 하나하나가 혼자 있는 나를 혼자가 아니게 만들어 주니까. 그날 다른 사람들과 서로 어느 채널이 좋은지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더 많이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졌다. 혼자 있는 순간, 무엇을 틀어놓고 있는지. 음악 채널이든, 예능이든, 다큐든, 무엇이든. 이번에도 자기 삶을 나누어 주는 사람들에겐 작은 기프티콘을 보낼 예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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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7. 이번 주의 생각 : 사소한 일은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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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농담으로 하는 말이 있었다. '종이비행기는 내가 진짜 잘 날려'라고. 이 버릇은 고등학생 때까지 이어졌는데, 당시 교실엔 베란다가 있어서 쉬는 시간이면 날마다 베란다에 나가 종이비행기를 날리곤 했다(죄송합니다...). 그러다 발견한 이 영상. 종이비행기에도 세계대회가 있고, 무려 2006년에 시작해서 6회째라고. 62개국에서 61,000여 명이 참여하고, 곡예비행/오래 날리기/멀리 날리기로 종목도 3가지. 그리고 우리나라 국가대표팀이 우승을 했다는 기쁜 소식도 있었다.
다시금 느끼지만, 세상엔 사소한 일이란 없다는 걸 배웠다. 그 어떤 일이든, 얼마만큼 진심으로 대하느냐에 따라 그 일의 가벼움과 무거움이 정해지는 것이니까. 그리고 내게도 그런 일들이 많았더랬다. 해리포터 팬카페에서 운영진으로 활동하던 일, 모두가 '그래서 그게 뭐 하는 건데'라고 되묻던 청소년 시절의 대외활동, 그 밖에도 홀로 가져갔던 수많은 일들. 아무도 몰라주더라도, 내가 진심으로 대했던 만큼 무언가 내게 돌아왔었던 기억들. 진심은 사라지지 않으니까.
그리고, 그만큼 이 레터에도 진심을 다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이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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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독립일기는 여기까지
처음레터는 독립과 함께 만나게 되는
수많은 처음의 상황과 감정들을 다뤄.
격주 목요일(당분간은 매주!), 혼자가 되는 시간 밤 11시에 메일함을 찾아갈게✨
이번의 편지나 처음레터를 두고, 나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무엇이든 아래 링크로 편지를 남겨줘.
꼼꼼히 읽고, 생각하고, 고민하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 볼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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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우리들의 독립과 처음에 대한 이야기가 알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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