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레터가 보내는 여섯번째 편지 2022. 08. 11(목), 혼자가 되는 시간 11:00에 만나는
여섯번째 독립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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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에서 170km 땅에 도시를 세운다는 이야기를 봤다. 이름은 '더 라인'으로 네옴시티 프로젝트의 일환이라고. 폭은 200m, 높이는 500m에 달하는 거대한 유리 벽이 170km 길이로 세워지고 그 안에는 사람들의 집부터 학교, 병원, 일터 등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이 갖춰져 있다고 한다. 900만 명이 살 수 있고, 고속철이 끝에서 끝까지 20분 만에 닿을 수 있다나. 100% 재생 에너지로 운영되고, 기후도 조절되고, 에어 택시가 날아다니고, 로봇이 청소하고... 미래 영화에서나 상상할 법한 이야기들로 가득하더라.
물론 비판의 이야기도 많았다. 허황한 계획이라는 이야기나, 단순히 '피라미드 같은 걸 짓고 싶다'는 욕심에서 출발했다는 지적이나, 산재한 인권 이슈 등을 가리기 위한 계획에 불과하다는 것들. 그리고 무엇보다 '저게 가능하긴 한가?'라고 의구심이 들기는 한다. 허나 그러한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떼어놓고, '우리가 미래에 거주할 곳은 어떤 모습일까?'라는 상상하게 된 건 재밌었다. 그 때 우린 '더 라인'처럼 높거나 길다란 빌딩에 모여 살게 되는 걸까?
이번 주에는 비가 많이 왔다. 많은 이들의 집과 생활 공간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며, 미래에 우리는 보다 안전한 곳에서 살 수 있기를 바랐다. 환경에 부담이 가지 않고, 많은 이들이 주거권을 지킬 수 있는 공간에서, 우리의 삶을 단단히 지탱해줄 수 있는 '집'에서. (사진출처=Neom 공식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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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토요일, 8월 13일은 내게 특별한 날이다. 생일 같은 기념일은 아니고, 특별한 무언갈 하는 날도 아니다. 그날은 '세계 왼손잡이의 날'이다. 나 역시도 무심결에 지나치는 하루지만, 왼손잡이의 날이 있다는 사실은 꽤 기쁘고, 반가운 이야기다. 왼손잡이라는 이유로 삶이 특별히 어려웠다거나 고통을 받았던 건 아니지만, 왼손잡이라는 특성은 나라는 사람을 만드는 데 큰 영향을 끼쳤으니까.
스스로가 왼손잡이란 걸 제대로 인식한 건 7살이었다. 유치원에 간 나는 다른 친구들이 '너는 왜 왼손을 써?'라고 물어본다는 걸 알았다. 그게 '문제'가 된다는 건, 유치원에서 집에 보내주는 '생활 기록 노트'를 통해서 깨달았다. 선생님은 '아이가 왼손으로 밥을 먹고 글을 씁니다. 오른손으로 쓸 수 있도록 교정해주세요'라고 적었고, 우리 집에서는 '교육해서 바꾸겠다'고 답장을 보냈다. 스스로 그걸 들고 다니며 내용을 읽을 수밖에 없었고, 기묘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그저 이렇게 태어난 것뿐인데, '교정'을 해야 하는 대상이구나. 남들과 다르게 태어났다는 이유로 나의 특징을 바꾸어야 하는구나. 어린 시절의 나에게도 강렬하게 남아있는 기억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교정이 시작됐고, 나는 우기고 우겨서 '펜'과 '숟가락'만 오른손으로 쓰는 걸로 타협했다. 그렇게 나는 양손잡이가 됐다. 글씨를 쓸 때와 숟가락을 잡을 때 외에는 모두 왼손을 쓰고, 발을 써야 할 때는 왼발을 쓴다. 문을 열고 닫을 때도, 물건을 들거나 잡을 때도, 축구공을 찰 때도 모두 왼쪽이 내 삶의 중심이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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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잡이로 사는 일은 대부분 '체념'하는 일이다. '넌 왜 이렇게 고기를 못 자르냐'는 핀잔을 듣던 나는 왼손으로 가위를 써서인 걸 깨달았고, 어린 시절 야구를 할 땐 글러브가 왼손에 들어가지 않아 맨손으로 공을 받았고, 군대에서 총을 쏠 때는 자세가 달라서 가르쳐줄 수 없겠다는 조교의 말에 오른쪽으로 쏘기로 했고, 가끔 주변에서 '돌연변이'라고 하거나 '튀기'라고 농담하던 일들이 익숙해졌고(물론, 요새는 이런 일은 없다), 점심시간에 왼손으로 밥을 먹으면 손바닥을 때리던 담임선생님이 감시를 위해 지나갈 때면 오른손으로 밥을 먹는 척하거나 하는 일들은, 내 가 그저 왼손을 포기하면 되는 일이란 걸 가르쳐 주었다.
왼손잡이로 사는 게 특별히 불편하냐고 묻는다면, 그렇지는 않다. 오른쪽에 놓는 마우스, 오른발로 누르는 액셀과 브레이크, 오른손으로 누르는 카메라 셔터, 오른손으로 배워야 하는 악기, 오른손에 최적화된 스마트폰 버튼 배열... 이젠 묻지 않고 오른손으로 하는 게 자연스럽다. 불편하다고 인식하기도 전에 이미 오른손으로 물건을 다루고 있기도 하다. 체념하고 오른손으로 이루어진 세상을 받아들였던 만큼, '왼손잡이로 사는 게 너무 힘들어요'라고 할 생각은 없다. 어느새 나는 '양손잡이'로 명명된 채 남들이 보기에 '튀지 않는' 수준으로 잘 살아가고 있으니까. 왼손잡이를 위해 세상 모든 것을 바꿀 수도 없고, 이미 나도 그 세상에 맞춰져 있으니까.
하지만 여전히 스스로가 '왼손잡이'라는 정체성은 포기하고 싶지 않다. 여전히 세상에는 왼손잡이가 있고, 나름의 차별과 불편함을 안고 체념한 채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고 싶지는 않다. 세상에는 '왼손'이 익숙하게 태어나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에게 응원을 보내고 싶다. 'LEFT'일지언정 'RIGHT'라고. 우리는 틀리거나 잘못된 게 아니라고 말이다. 그러니, 자신을 부정하거나 '왜 나만 다른가'라고 괴로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독립하고 나서 가위를 사며,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왼손잡이 가위'를 살까, 그냥 가위를 살까. 왼손잡이 가위를 사는 건 스스로에게 '해방' 같은 의미를 주는 거였지만, 결국 나는 보통 가위를 샀다. 어느새 나는 오른손으로 가위를 쓰는 게 불편하지 않고, 왼손잡이 가위는 비싸거나 종류가 많지 않았다. 주방에 걸린 가위를 보며, 그간의 삶을 생각한다. 남과 다르게 태어나는 것에 대해서. 그렇게 알게 되는 세상에 대해서.
"난 아무것도 망치지 않아 난 왼손잡이야" - <왼손잡이>, 패닉, 199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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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왼손잡이일 수는 있지만, 언제나 옳아!
출처 : 'Left Handers Da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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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eet 6. 지금 이 순간의 행복과 쉼을 위해, 한아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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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그동안 꽁꽁 감추며 '나만 알고 있던' 곳으로 하고자 했던 브랜드 하나를 가져왔다. 욕실에서 사용할 수 있는 비누, 바디 오일, 바디 버터 등을 만드는 '한아조'다. LCDC 성수 3층, 'Doors'에 가면 오프라인 매장을 만날 수 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아름다움과 장인정신에 반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아조를 설명하는 콘텐츠를 만나며 더 빠져들었다.
'Pause your life'. 일상에서의 멈춤과 지금의 행복을 말하는 한아조는 제품과 매장 모두에서 그 기쁨을 느끼게 한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한아조 비누로 손을 씻을 수 있는데, 그 짧은 경험이 바로 '일상의 멈춤과 행복'을 표현한 것이라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구매도 하고 지인에게 선물도 했는데, 그 기억들 모두가 좋았다. 대표상품은 '자투리 비누'. 비누를 만들고 남은 부분을 모아서 '퍼그램'이라는 이름으로 판매한다. 가지각색의 색깔과 모양의 자투리 비누를 만날 수 있다.
이번에 소개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유네스코한국위원회와 진행한 협업 프로젝트가 반가웠기 때문. 한국의 세계문화유산 3곳을 형상화한 비누를 만들었고, 수익의 일부는 세계유산 분야 사업에 쓰일 예정이라고. 다보탑 사자상,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를 모티브로 한 남다른 비누라니, 괜히 들뜨는 기분.
*광고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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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아조가 좋은 이유는 제품 그 자체의 질도 있지만, 제품이 품고 있는 장인정신과 정성 덕분.
사진 / dot.orihouse 인스타그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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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한국위원회와 협업한 비누를 만드는 과정이 담긴 영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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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nswer 3. 옆 집이 시끄러울 때 우리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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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소음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층간소음 혹은 벽간소음. 각자 어떤 일들을 겪었고, 또 어땠는지, 어떻게 했는지를 물었었다. 다양한 경험을 들려주신 분들이 있어서, 감사한 마음으로 가져왔다. 이야기들을 읽으며, 각자 다양한 환경에서 살고 있음을, 또 얼마나 다양한 이웃들을 두고 있음을 실감. 집에서 드럼을 치는 분이 이렇게 많았던가 싶었다😂 동시에 나는 또 옆집에 어떤 존재려나 고민해보게 되기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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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오피스텔에 살 때, 위층에서 드럼 같은걸 치더라고요. 항상 자려고 누우면 들려서, 몇 달간 무시하려고 애를 썼습니다. 결국 못 참고 경찰을 부르니 귀신같이 조용해지더라고요. 경찰관님을 돌려보내고 잠시 후, 다시 드럼 소리가 들려 씩씩거리며 소리의 근원지를 찾으려고 오피스텔을 돌아다녔죠 ㅋㅋㅋ 결국 어느 집이 원인인지 못 찾았지만요ㅠ. 드럼만큼은 밤에 치지 말아주세요! 진동 때문에, 소리로도 피부로도 고통받고 있어요!!
- 루핀
처음 제가 층간/벽간 소음을 제공했던(?) 경험이 생각납니다! 자취 첫날, 별생각 없이 평소 본가에서처럼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신나게 화장실 청소를 했었어요. 당시엔 피해를 주는 행동인지 몰랐는데, 알고 보니 제 자취방 화장실이 옆집 화장실과 붙어 있어서 소리가 굉장히 잘 들리는 구조였더라고요. 이 사실을 알게 된 것은 바로 다음 날이었어요. 옆집에서 샤워하며 음악을 크게 틀어서 역지사지를 경험할 수 있었거든요...ㅎㅎ 그 후론 저와 옆집분 모두 화장실에서 큰 소음을 내지 않고 서로 매너를 지키고 있어요!
- 엘리
제 자취방 위층에는 여돌 데뷔를 준비 중인 남자분이 사시나 봐요... 화장실에서 "또 물보라를 일으켜~다 다 다 다 다다다 다다다" 이러면서 여돌 노래로 메들리를 부르시는데, 층간 소음인가 하고 싶다가도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터집니다. 가끔 SG워너비 노래도 열창하시는데, 그분은 아실까요... 이 노래가 위/아래층으로 너무 잘 들린다는 것을...
-개 짖는 소리 좀 안나게 해라
저는 평소 밴드 음악을 즐겨듣는데, 어느 날 아무 이유 없이 노래를 틀지 않고 가만히 누워봤어요. 그런데도 계속 밴드 음악이 들리는 거에요. 저는 제가 밴드 음악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속으로 리플레이하는 능력까지 생겼나 했는데, 알고 보니 윗집에서 매일 10시 반부터 드럼 연습을 하더라고요. 다행스럽게도 저는 드럼 소리를 좋아하는 편이고 그분의 연주실력이 좋아서(!!) 그냥 놔두고있습니다. 게다가 규칙적으로 10시 반에서 12시까지만 하시는데, 그때만 피하자란 생각으로 연주를 감상하며 살고 있어요.
-조이
예전에 우리 가족의 소음이 생각보다 커서 반대로 미안했던 적이 있어요. 평소에 TV 소리와 강아지 소리가 있었고, 가족 구성원의 발걸음이 쿵쾅대는 편이었어요. 아랫집 이웃이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내주셨는데, 우리가 그동안 많이 둔감했던 것 같아서 너무나 미안했었죠. 그 이후 가족들은 소음에 관해서 조심조심 행동하게 되었고, 얼마 지나서 지금 사는 집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어요. 이번에는 소음을 확실히 없애고 덜 눈치보며 생활할 수 있도록 거실 전체에 매트를 깔았어요. 이후 아랫집에게 물어보았는데, 다행히 층간소음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새집이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우리 가족은 어느 정도 편하게 생활할 수 있게 되었고, 강아지의 관절도 지키게 되었어요. 이사 온지 4년이 되어가는데 소음으로 스트레스 없이 우리 집과 닿아있는 이웃집들과 소소하게 소통하며 지내고 있답니다. 이젠 새벽에 미쳐 날뛰는 도로 위의 무법자들만 없어졌으면 싶네요 :)
-엔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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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6. 이번 주의 생각 : 태도가 만드는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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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치킨 샌드위치(치킨버거)로 유명한 칙필레(Chick-fil-A)의 직원 영상을 봤다. 칙필레는 미국에서 3위에 해당하는 프랜차이즈라고 하는데, '친절함'을 하나의 무기로 내세우고 있다고. 드라이브 스루 매장의 경우도 매장 안에서 주문받는 게 아니라 영상처럼 차들 앞에 얼굴을 마주한 채로 고객을 만나는 것이 원칙이라나. 친절과 유머, 공감을 기본으로 한 커뮤니케이션이 칙필레 의 '컨셉'에서 만들어진 것에 불과할 수도 있겠지만, 이 영상을 보고 여러 생각이 들었다.
바로 '태도'에 대한 이야기다. 짧게나마 고객을 접대하는 아르바이트를 한 일이 꽤 있었다. 편의점이기도 했고, 레스토랑이기도 했고, 행사이기도 했다. 매뉴얼만큼만 친절하면 되는 일들이기에 그 누구도 나에게 엄청난 친절을 요구하진 않았다. 그러나 내가 먼저 웃고, 기쁜 마음으로 대할 때 나는 더 즐거워졌다. 가끔 반갑게 화답해주는 분들이 있기도 해서지만, 그런 '변수'와 별개로 나 스스로 일을 즐겁게 만드는 마법 같은 변화였으니까. 내 앞에 마주한 사람을 돕는다는 것 자체에 기쁨을 느끼는 순간, 상대가 누구든 나는 행복하게 일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일을 하다 보면 짜증도 나고 말도 툭툭 내뱉게 되기 마련인데, 이 영상을 보고 다시금 마음을 다잡게 됐다. 일은 태도가 결정하는 것, 내가 어떤 태도로 임하냐에 따라 그 결과도 달라질 것을 생각하면서. 과거 40년 넘게 호텔 도어맨으로 일했던 지배인 분의 인터뷰도 떠올랐다.
"남의 문을 열다 보니 그 사람의 성격, 안목이 고스란히 보이더군요. 제 인생의 문을 열고 들여다본 모습이 어떨지 상상하곤 합니다. 가식 없이 진실한 삶, 남에게 피해 안 주는 삶이면 성공이겠다 싶어요."
결국 상대를 바꾸게 하는 힘은 작은 디테일에서 출발하고, 그 디테일은 태도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겠다. 영상 속 '역시 드실 줄 아시네요'나 '최고의 점심을 드시기 전까지 한 단계 남았습니다'라는 말 한마디, 놓치지 않는 웃음 하나에 우리 삶은 보다 풍성해지고, 즐거워지겠지. 내 인생의 문을 열고 들여다보았을 때를 생각하며, 아주 작은 태도 하나부터 바꿔보리라 생각하게 되는 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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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독립일기는 여기까지
처음레터는 독립과 함께 만나게 되는
수많은 처음의 상황과 감정들을 다뤄.
격주 목요일(당분간은 매주!), 혼자가 되는 시간 밤 11시에 메일함을 찾아갈게✨
이번의 편지나 처음레터를 두고, 나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무엇이든 아래 링크로 편지를 남겨줘.
꼼꼼히 읽고, 생각하고, 고민하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 볼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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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우리들의 독립과 처음에 대한 이야기가 알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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