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슬램덩크>를 보며 이번 주의 처음
처음으로, 냉면 양념장을 만들어 먹었다.
맛이 없지는 않았지만, 뭔가 제육볶음 양념장 같은 맛이 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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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처음레터 미리보기/
💌 EP. 28
농구와 독립의 공통점
📮 MEET. 28
지구를 말하는 가게
💬 Answer. 13
나의 집주인 이야기
🔔 Story. 5
야심한 새벽... 박스를 줍고 다니는 독립러
💡LIFE. 28
이번 주의 생각 : 새로움을 떠올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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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봤다.
2번을 봤다. 한 번은 자막판, 한 번은 더빙판. 두 번 다 눈물을 흘리고, 눈이 퉁퉁 부은 채로 영화관을 나섰다. 원래 잘 우는 편이기도 하지만, 영화가 주는 메시지가 나와 맞닿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겠다. 게다가 원래 학창시절에는 농구를 (나름) 열심히 하기도 했었고, 슬램덩크 원작 만화도 감명깊게 보았기에 그 개인적 경험도 영향을 줬을 것이다. 예를 들어 실제 내가 농구를 할 때 맡았던 포지션이 영화 주인공의 포지션과 같다거나 하는 이야기들.
학창시절 농구가 좋았던 건, 의외로 '혼자'라는 키워드였다. 물론 농구는 팀플레이 게임이고, 5명이 한데 뭉쳐 뛰어다니며 만들어낸 결과가 가장 즐거운 포인트인 건 사실이다. 하지만 다른 구기운동과 달리 농구의 장점은, 혼자서 하러 갈 수 있다는 점이었다. 축구는 비교적 연습에 한계가 있고(일단 축구 골대 하나를 자유롭게 쓰는 일이 잘 나오지도 않았다), 배드민턴이나 탁구 등 다른 구기운동은 함께할 사람이 필요했다.
하지만 농구는 농구공만 들고 혼자 가도 충분했다. 점프 슛이나 레이업 슛을 연습하고, 영화 속 주인공처럼 혼자 공을 자유롭게 다루는 볼 컨트롤 연습만 해도 숨이 차게 힘들었다. 당시 나는 마음이 복잡해질 땐 언제나 농구공을 들고 집 가까운 곳의 농구 골대를 찾았다. 사람이 없는 적막한 코트에서, 혼자 볼을 던지고 연습하다가 잠깐 걸터앉아 쉬고 있으면 마음의 잡념이 잦아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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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농구 골대 앞을 지날 땐 괜스레 마음이 두근거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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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휴대폰이나 카메라를 보도블록에 기대어 세워놓고는, 슛 자세를 찍고 부랴부랴 달려와 영상을 보며 자세를 체크하는 일도 창피하지만 나름 즐거웠다. 그때 농구 연습이 가르쳐준 건, '혼자서 할 수 있어야 그다음 것도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상대 선수가 없을 때 골을 넣을 줄 알아야 실제 경기에서도 골을 넣을 수 있고, 상대 선수가 없을 때 혼자 공을 자유자재로 다룰 줄 알아야 실제 경기에서도 상대를 뚫어낼 수 있었다.
농구 연습과도 별개로, 30분-1시간을 그 코트에서 혼자 농구공과 시간을 보내고 나면 집 가는 마음은 가벼웠다. 그를 통해 '혼자서 나의 감정을 정리하는 법'을 자연스럽게 익혔더랬다. '나 혼자서 스스로를 마주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나는 농구가 좋았다. 내가 마음이 힘들 때, 생각이 복잡할 때 함께하는 친구와도 같았으니까.
<더 퍼스트 슬램덩크> 영화를 보고 나서 왜 그리도 영화가 좋았었는지, 그리고 나는 왜 농구를 좋아했었는지를 생각했더랬다. 나 홀로 있는 집에 누워 생각하다, 독립과도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일단 혼자서 모든 것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 그랬다. 나 혼자서 농구 골대 앞에 서서 '왜 골이 안 들어가지'라고 자책하던 때를 무수히 지나야, 실제 경기에서도 제대로 해낼 수가 있었다. 내 집에 있는 사소한 것에서부터 나 혼자 할 수 있는 법을 배우는 게 독립의 일이기도 했다.
"제가 기댈 수 있는 건 농구뿐이었어요"
영화 속 대사를 떠올리며, 집을 생각했다. 바깥에서 괴로움이나 피곤함, 슬픔 등을 마주하고 집에 돌아오면 '나를 위로해주는 곳'에 드디어 왔다고 생각했다. 나로서 자유로운 공간, 내가 기댈 수 있는 공간. 나의 집. 이곳에서 나는 마음을 정리하고, 힘을 낸다. 이 공간을 만들고 유지하는 걸 홀로 해내면서. 지금 집에는 영화 포스터와 포토 카드를 붙여 두었다. 농구에 기댄 영화 주인공, 학창 시절의 나를 늘 마주하고 싶어서. 그리고 우리 집에는, 그렇게 내가 기댈 수 있는 것들로 하나하나 채워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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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웨이스트 샵. 친환경 제품을 다루는 곳이다. 요새는 방문한 동네 가까운 곳에 있으면 들러보곤 한다. 친환경 상품이라고 하면 뭔가 고루한 것만 있나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이런 제품군도 리사이클링 제품이 있구나' 싶어 도리어 신기함을 느끼게 되는 곳이다. 리사이클링 특성상 혼자 사는 집에서 쓰기에 적합한 제품들이 많기도 하다. 친환경을 내세우는 브랜드를 찾기도 쉽고, 식료품도 다른 곳에서 보기 어려운 제품들을 발견할 수 있어 꽤 둘러보기 좋은 곳이다. 대표적인 제로웨이스트 샵 두 곳을 소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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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피커
📍서울 성동구 왕십리로 14길9 1층
더피커는 국내 최초 제로웨이스트샵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다양한 종류의 물건들을 볼 수 있다. 특히 친환경 식재료를 리필할 수 있는 공간이 잘 준비되어 있다. 매장 밖에서 보았을 땐 공간이 넓지 않아 보이지만, 안으로 들어오면 더 많은 공간이 있음을 알게 된다. 그 깊숙한 공간 만큼, 친환경에 대한 깊이도 남다름을 마주할 수 있다. 플라스틱을 쓰지 않고 만들어진 각종 물건을 발견하며 제로웨이스트에 대해 시작하기 좋은 곳. 나 역시 주방 물건 몇 가지를 구매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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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애 제로웨이스트샵
📍서울 서초구 서운로26길 11 2층
이 곳은 강남역과 신논현역 사이에 있다. 얼핏 위치한 공간과의 부조화인가 싶지만, 사실 어울리지 못할 게 어디있나 싶다. 오히려 접근성이 좋은 것도 장점. 깔끔한 내부 인테리어는 구경하기에도 즐겁다. 이곳은 최근 입소문을 타고 있는, 리사이클링-친환경 등을 말하는 브랜드 제품들이 많아 반갑기도 했다. 익숙한 제품군부터 리필 스테이션, 리사이클링 제품 등 제로웨이스트샵에서 볼 수 있는 제품 군이 적절히 잘 갖춰진 곳. 1층엔 그로서리 스토어와 비건카페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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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각자가 겪은 집주인 이야기를 물었었다. 사소할 수도 있고, 사건일 수도 있는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기를 요청하였는데, 생각지도 못한 다양한 경험담이 들어와 놀라웠다. 지금까지는 별 탈 없는(?) 우리 집주인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하게 되는 이야기들도 있었는데, 그 경험담들을 소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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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집주인 운이 정말 좋은 편입니다.
첫 번째 독립에서는 돈이 많은 임대사업자 아주머니가 집주인이셨어요. 혼자 무려 "전세계약"을 하러 간다는 생각에 잔뜩 겁을 먹고 부동산에 방문했는데 아주머니는 사회 초년생인 제가 전세계약을 하러 온 모습이 기특했나봐요.
이후에도 집에 문제가 생기면 언제나 빠르게 고쳐주시고, 2년이 지나 계약을 종료할 때도 집에 오셔서 "깨끗이 잘 써줘서 고맙다", "다음 세입자도 OO씨 같은 분이었으면 좋겠다", "앞으로 일도 다 잘 되었으면 좋겠다" 등 따땃한 말도 해주셨던 분이라 기억에 많이 남네요!
(계약 종료 날, 부동산중개인, 집주인, 다음세입자, 저 이렇게 4명이 삥 둘러 서서 보증금을 주고받고 보증금 영수증도 주고받고 했던 기억이 참 좋게 남았네요!)
두 번째 들어가게 된 집의 집주인은 저보다 불과 3-4살 정도 많은 남성분이셨어요. 당시 깡통전세며 해서 전세사기가 많던 시기였거든요. 그래서 계약을 위해 등기부등본도 떼보고 긴장해서 부동산에 갔는데, 본래 집주인분과 그분의 어머니, 아버지까지 모두 계약을 위해 오셨더라고요. 집을 잘 써달라는 신신당부와 함께 온 가족이 다같이 전세 계약을 하러 온 모습을 보니 마음이 놓이더라고요. 보증금 떼먹힐 일은 없겠다 싶구요.ㅋㅋㅋ
-하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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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들어간 집에는 의자가 없었어요. 그래서 의자를 사서 쓰고 있었죠.
그런데 이제 그 집에서 나갈 때가 되면서 여러 가구를 정리했고, 의자도 당근으로 처리했었어요. 그런데 집주인에게 연락이 와서, 그 의자를 왜 팔았냐고 난리를 치는거에요!
'그 의자가 딱 좋았는데 요즘 젊은 사람들 참 인정없다. 그걸 어떻게 그렇게 삭 팔아버리냐'면서 왜 자기한테 말도 안했냐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방 빼는 날 온갖 소리를 다 하는데, 정말 어이없고 열 받은 경험이었어요. 제가 산 의자를 제가 판 건데!
- 러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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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건 아니고 짜증났던 경험이 있는데, 도어락이 고장났었어요.
집주인에게 연락을 했는데 닿지를 않아서 결국 사비로 그냥 고쳤거든요.
그런데 지나고 나서야 연락이 와서는 '어디 오피스텔이죠~ 제가 오피스텔을 여기저기에 가지고 있어서~'라고 하는 것부터 1차로 빡쳤는데, '도어락을 맘대로 고치면 어떡하나, 내가 아는 곳에다 했어야 하는데'라고 하는 거에요!! 결국 논쟁 끝에 수리비 반반을 했는데, 너무 황당했던 일이었어요.
- 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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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먹고 집 앞에서 지갑을 잃어버렸었어요.
집주인 할머니가 찾아주셨죠. 쓰레기장에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받으러 올라오라고 하셔서 갔는데 집에 있는 애기가
'저 오빠 거야? 저 오빠는 나쁜 사람이야?'라면서 웃어서
너무 수치스러웠던 기억이 있네요...
- 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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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5.
야심한 새벽... 박스를 줍고 다니는 독립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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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왜 박스를 줍고 있을까요?"
독립러라면 유추할 수 있는, 박스를 줍고 다니는 독립러의 이야기!
(3초 회원가입/로그인만 하면 확인 가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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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28.
이번 주의 생각 : 새로움을 떠올리는 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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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모임을 했다. 예전에 어딘가에 속해 주기적으로 글을 쓸 때는 그만큼 나의 글, 타인의 글에 대해 함께 읽고 고칠 일이 많았었는데, 그때와 다른 일을 하게 되며 그런 일이 거의 사라졌더랬다. 이번엔 글을 많이 써보지 않았다고 하는 사람들과 함께였는데, 그만큼 새로웠다. 오랜 시간 글을 써오며 고정된 나의 글쓰기 방식이 아니라, 늘 비슷한 글을 써오던 사람들과 함께가 아니라, 아예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됐다.
스스로에게도 물었다. 아예 새로운 모습의 글을 써볼 수는 없을까? 그동안 내가 썼던 것과 아예 다른 걸 쓸 수는 없을까? 그동안 하지 못했던 생각을 해볼 수 있었던, 신선한 자극이었다. 새로움을 떠올리는 건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서 온다는 걸 다시 실감했다. 비슷한 사람끼리, 비슷한 실력끼리만 모아져 있을 땐 새로운 무언가가 시작되기엔 어려울 수도 있다. 앞으로의 새로운 글이 무엇이 될 수 있을지 고민하며, 또 처음레터가 다른 이에게는 신선한 자극이기를 바라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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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독립일기는 여기까지/
처음레터는 독립과 함께 만나게 되는
수많은 처음의 상황과 감정들을 다뤄.
매주 목요일, 혼자가 되는 시간 밤 11시에 메일함을 찾아갈게✨
이번의 편지나 처음레터를 두고, 나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무엇이든 아래 링크로 편지를 남겨줘.
꼼꼼히 읽고, 생각하고, 고민하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 볼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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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우리들의 독립과 처음에 대한 이야기가 알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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