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소를 하는 날 이번 주의 처음
처음으로, 건물의 엘리베이터가 고장났다.
수리되는 4일 간, 엘리베이터가 많은 걸 바꾼다고 생각했다. |
|
|
/오늘의 처음레터 미리보기/
💌 EP. 25
2시간짜리, 독립의 일
📮 MEET. 25
시간을 들이게 되는 인터넷 세상
💬 Question. 12
나만의 실수담이 있다면?
💡LIFE. 25
이번 주의 생각 : 사소한 것에서 바뀌는 나의 일상
|
|
|
지난 주말, 대청소를 했다.
대청소라고 해봐야 특별한 건 아니다. 실상 내용을 보면 보통 1주에 1회 정도는 늘 하는 일이고, 거기에 가끔 하는 일들을 조금 추가한 것뿐이긴 하다. 예를 들어 나름 '이불 빨래'를 했다는 점에서 대청소라고 이름 붙일 만 했다. 그리고 한동안 미뤄놨던 청소였던 만큼 마음속에서 '드디어 청소했네'라는 느낌이기도 했고.
원래 생각한 청소의 주기가 흐트러지기 시작하면, 마음에는 살짝 짐이 쌓인다. 짐이 쌓인 날이 하루씩 더해질수록 무게는 더해지고, 그 채로 5일 정도 지나면 '이거 이래도 되나' 싶은 정도가 된다. 이번이 그랬다. 연달아 약속이 있었고, 집에 돌아오면 새벽인 날들이 연이어 있었다. 도저히 무언가를 치울 여력이 나지 않는 날들이었다.
그만큼 집에는 다양한 것들이 쌓여갔다. 내가 하는 건 잠을 자는 일뿐인 것 같은데도, 어쩜 그렇게 나날이 무언가가 더해지는지. 받아두기만 하고 열지 못한 택배, 옷장 속 각자의 위치로 돌아가지 못하고 제멋대로 걸려있거나 내팽개쳐진 옷, 설거지 되지 않은 컵과 요거트를 먹은 숟가락, 바닥에 깔린 잡동사니와 먼지들, 머리카락들.
때가 된 건 일요일이었다. 늘어지게 잠을 자고는 일어나 가볍게 계획을 짰다(물론 난 MBTI에서 P이기 때문에, 아주 간단한 계획이다!). 집 앞 토스트집에서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고는 청소를 시작한다. 효율상 순서는 이불부터 빨래방에 가져다 놓고, 다음은 바닥 청소를 하고, 그다음 설거지를 하고... 이런 식이었다. |
|
|
다급할 건 없었지만 허투루 쓸 시간도 없었다. 저녁이 가까워지는 오후에는 나갈 일이 있었고, 나는 늦은 하루를 시작했으니까. 코인 세탁방에 한 뭉텅이 짐을 맡기고, 빨래가 끝나는 40분 뒤를 계산한 뒤 청소를 시작했다. 일단 널브러진 짐들을 치우고, 걸린 빨래를 개서 옷장에 차곡차곡 원래 규칙대로 쌓고, 바닥을 청소하고, 설거지하고, 화장실 청소를 하고, 음식물 쓰레기 봉투를 채우고, 쓰레기봉투와 분리수거 거리도 따로 정리하고... 같은 일들.
그 중간에 40분이 지나 다시 코인세탁방에 가서 세탁물을 건조기에 옮겼고, 그로부터 또 30분이 지나 다 마른 세탁물을 가져와서 다시 침대 위로 정리하는 일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래저래 하고 나니 2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청소를 마치고 집을 나서며 대청소의 시간에 대해 생각했다. 독립하기 전에도 나는 청소를 했는데, 독립하고 나서는 왜 청소의 시간이 더 생생하게 느껴지는 걸까. 나 혼자만 있는 공간이라 어떻게 보면 양은 줄어든 것 같기도 한데 왜 더 길게 걸리는 것 같을까.
정답은 잘 모르겠다. 나눠서 하던 일을 혼자 하니 전체 양이 적어도 오래 걸리는 것일 수도 있고, 예전에 나에게 맡겨진 일이 적었던 탓도 있겠다. 내가 하지 않아도 누군가는 했던 일을 이젠 나도 해야 하는 것일 테니까. 내가 아직 청소력(?)이 부족한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사실 이 정도면 빨리 잘 끝낸 건데 모든 걸 혼자 하느라 대단한 시간이 걸린 것처럼 느끼는 걸 수도 있다. 어쨌거나 중요한 건 '대청소의 시간'이 독립하고 나서는 조금 더 내게 유의미하게 다가온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정답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과거 어린 시절 부모님과 함께 살 때 찾아오는 주말 대청소는 '귀찮음'이 컸다. 맡겨진 일만 빨리 끝내고 뛰쳐나가고 싶었고, 그저 가족으로서 수행하는 '일과'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금 하는 청소는, '나라는 사람의 독립'을 의미하는 일이 됐다. 나는 이제 독립했으니 이 나만의 공간을 스스로 가꾸고 관리한다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어른이 됐다고 할 수도 있겠고, 그만큼 책임을 지게 됐다는 말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가장 와닿는 표현은, '모든 것이 내 것'이 되었다는 말이겠다. 시켜서 하는 청소가 아니라 스스로 하는 청소. 이제 끝났다고 하면 끝나는 청소가 아니라 내가 더 이상 할 게 없다고 판단해야 끝나는 청소. 적당히 청소기를 돌리고 눈치를 보다가 걸레질 몇 번 하고 이제 됐으려나 하던 청소가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주도하는 청소. 내가 선택하고 수행하는 나만의 청소. 모든 것이 내 것이 된 만큼, 나는 이 대청소가 남다르다.
나는 독립을 했으니, 일요일이면 내 마음대로 청소를 한다. |
|
|
Meet 25.
시간을 들이게 되는 인터넷 세상 |
|
|
인터넷을 유랑하다 보면, 시간을 쏟을 사이트들을 만나게 된다.
정보를 줘서, 게임이라서, 그냥 신기해서. 이유가 뭐가 됐든, 인터넷 어딘가에 있는 페이지들은 새로운 흥밋거리가 되곤 한다. 그동안 곳곳에서 테스트하고 즐거워하고 신기해하던 사이트들을 소개한다. |
|
|
필사의 즐거움, <Typing.Works>
온라인으로 필사를 할 수 있는 공간. 어린 시절 타자 연습 프로그램에는 다양한 소설의 문장이 등장하곤 했다. 그땐 문장의 아름다움보다는 속도에 집중했었는데, '필사'라고 생각하고 타자를 치니 문장이 들어온다(그만큼 나이를 먹은 것일 수도). 몇 가지 문장을 치고 나면, 조금은 마음이 정돈되는 느낌이랄까. 물론 나는 '그래서 내 빠른 타자 속도 좀 볼까'라며 다시 속도전에 빠지기도 했지만🤣 |
|
|
영어 이름 짓기, <Show me the name>
내 영어 이름은 '베리Berry'다. 과거 영어 이름으로 소통하던 인턴 시절 지은 이름이다. 커피를 마시지 못해 카페에 가면 딸기 음료만 먹는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뭔가 맘에 들어 그 이후에도 어디 가면 '베리'라고 불러달라고 하곤 한다. 그때 나름 짓기가 쉽지 않았었는데, 이 사이트를 알았다면 고민이 덜했을지도 모르겠다. 내 얼굴을 보고 추천을 해주거나, 초성을 보고 비슷한 걸 추천을 해주거나, 아니면 원래 쓰이는 영어 이름 중에서 고를 수도 있다. 물론 그 리스트에 'Berry'는 없었지만... |
|
|
<키오스크 만들기 TEST>
어느새 키오스크를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나는 키오스크 쓰기에 아주 적합한 타깃 연령대일 텐데, '이건 왜 이렇게 만든 거야'라고 불평하게 되기 일쑤다. 이 테스트는 직접 키오스크를 만들어보는 과정으로, 선택지 중에서 고르면 그게 좋은 선택이었는지를 보여준다. 다행히 만점이 나왔는데, 테스트가 거기서 끝나는 건 아니다. 키오스크 접근이 쉽지 않은 어른들의 현실을 분석한 내용과 기사를 함께 만날 수 있다. 패스트푸드점에서 '이거 어떻게 하는 거예요?'라는 물음을 몇 번 마주했던 나로서는 이 문제 지적이 반가웠다. |
|
|
한국어로 하는 단어 게임, <꼬맨틀>
올해 초, '워들Wordle'이라는 게임이 화제였다. 영어 알파벳 5글자를 쳐서 날마다 바뀌는 정답을 맞히는 단순한 게임인데, 뉴욕타임스가 인수했다는 얘기였다. 날마다 바뀌는 정답에 묘하게 경쟁심이 생겼었더랬다. 이후 한국어 버전인 '꼬들Kordle'이 나오고, 최근엔 '꼬맨틀'까지 봤다. 꼬맨틀은 단어의 유사도를 분석해서 최종 정답 단어를 맞추는 방식이다. 하다 보면 답답해서 친구들에게 도움을 청하게 됐던 기억. |
|
|
Question 12.
나만의 실수담이 있다면? |
|
|
최근 집에서 실수를 여러 번 했다. 아니, 아직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이번 주엔 다이소에 다녀왔다. 큰마음을 품고 몇 가지 수납 도구나 문틈에 거는 옷걸이를 샀는데, 세상에 내 집에서는 하나도 맞지 않았다. 미리 넓이나 길이도 재보고 샀어야 하는데 그냥 사서 생긴 일이다. 독립하고 자주 하는 게 있다면 수많은 실수다. 다이소에 기부한 3천원을 생각하며 황망하게 서 있다가, 이런 실수가 나만 있나 싶어서 이번 주 레터로 가져왔다. 다들 독립하고 어떤 실수를 겪고 있는지. 잘못 산 물건이든, 빨래를 잘못했든, 실수로 옆집 문을 열려고 했든, 그 무엇이든! 본인의 경험을 들려주었으면. 선정된 분에게는 기프티콘으로 선물할 예정. |
|
|
이번 주는 서비스에서 '독립한 내가 집에서 하는 일'을 주제로 가져왔다. 사소한 것부터 커다란 일까지, 집에서 하게 되는 수많은 일 중 고르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E와 I로 나누어, 내향인과 외향인이 각각 집에서 무얼 하는지를 풀어 쓴 시리즈와 화장실 천장을 뜯은 이야기를 엄선했다!
(3초 회원가입/로그인만 하면 확인 가능...★) |
|
|
내향VS외향, 나홀로집에
내향인과 외향인 5명이 쓰는 '나만의 시간 보내는 법'. 1편부터 5편까지 각각의 독립러가 이야기를 담았다. 링크는 1편, '파워 E가 집에 있을 때 하는 일'이다.
|
독립 7년만에 화장실 천장 뜯은 썰
이 글을 보기 전까지, 나는 화장실 천장 뜯기란 게 가능한 줄도 몰랐다. 그리고 이 글에 담긴 자세한 스토리를 보고 생각했다. '언젠간 나도 뜯을 일이 있을지도...'라고.
|
|
|
Life 25.
이번 주의 생각 : 사소한 것에서 바뀌는 나의 일상 |
|
|
엘리베이터가 고장 났었다. 처음 그 말을 보고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나는 5층이라 걸어 다니기에 무리도 없고, 출퇴근하는 거 외에 얼마나 내가 오갈 일이 있겠나 싶었다. 그리고 수리야 금방 될 것이라고 믿기도 했고.
그런데 생각과는 조금 달랐다. 업체가 부도가 나서, 수리에 조금 시간이 걸릴 거라고 했다. 가장 큰 변화는, 엘리베이터 앞에 쌓이는 택배들이었다. 사람들은 집 문 앞이 아니라 엘리베이터 앞에서 자신의 택배를 챙겨갔다(다행히 이 기간 동안 나는 주문한 게 없었고, 고쳐질 때 까진 추가로 시키지도 않기로 했다).
대청소를 하는 날 코인세탁방을 오가는 3번의 과정 동안 '조금 힘든 걸'하고 생각했다. 간단히 편의점을 갈 때도, 점심 거리를 사러 갈 때도 '아, 걸어가야 하지'라고 하니 느낌이 달랐다. 다행인 건 그래도 내가 5층이라는 점이었다. 한 번은 4층에서 다 온 줄 알고 다른 집 문 앞에 서기도 했지만, 그래도 5층은 다닐만 한 곳이었다.
우리 건물은 13층까지 있고, 나는 나보다 높은 곳에 사는 수십 명의 사람을 생각했다. 그들은 어떻게 이 며칠을 보내고 있을까. 다행히 엘리베이터는 4일 만에 고쳐졌고, 택배는 다시 집 문 앞에 도착한다. 사람들은 엘리베이터로 집까지 움직인다. 언제 고장 났었냐는 듯 거짓말처럼 움직이는 엘리베이터를 타며, '4일간의 작은 소동'에 대해 떠올렸다. 아주 사소한 것 하나에도, 우리의 삶이 얼마나 쉽게 바뀔 수 있는지를. |
|
|
/오늘의 독립일기는 여기까지/
처음레터는 독립과 함께 만나게 되는
수많은 처음의 상황과 감정들을 다뤄.
매주 목요일, 혼자가 되는 시간 밤 11시에 메일함을 찾아갈게✨
이번의 편지나 처음레터를 두고, 나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무엇이든 아래 링크로 편지를 남겨줘.
꼼꼼히 읽고, 생각하고, 고민하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 볼게 🤔
|
|
|
더 많은 우리들의 독립과 처음에 대한 이야기가 알고 싶다면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