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건 결국 나를 마주하는 일 이번 주의 처음
처음으로, 부추무침을 만들었다.
예전부터 벼르다가 이래저래 못했었는데, 식당에서 먹는 맛은 아니었지만
나름 쓸만해서 뿌듯했던 기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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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처음레터 미리보기/
💌 EP. 20
음식을 남기는 착잡함
📮 MEET. 20
지도의 핀으로 만나는 공간들
💬 Answer. 10
내 집 앞 이전 사람 택배 vs 이전 집에 간 내 택배
💡LIFE. 20
20년 만에 우승했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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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살면, 음식 처리가 생각보다 곤란하다.
집에서 자주 먹는다고 할 만한 정도는 아니다. 아침은 원래 먹지 않고, 점심은 회사에서, 저녁은 절반 정도는 밖에서 먹는다. 평일에 퇴근하고 돌아오면 제대로 차려 먹기엔 여러모로 어려워서 간단하게 먹는 편이다. 냉동 볶음밥 같은 냉동 제품을 이용하거나, 집에 오는 길에 햄버거 따위를 포장하거나 하는 식이다. 그러니 제대로 요리하는 때라고 해봐야 한 주에 많지는 않다.
그런데도 음식 처리는 꽤 번거로운 일이다. 밖에서 포장해왔거나, 배달시켰거나, 어쨌거나 무언가를 먹었다면 대부분의 음식은 아주 조금씩은 잔해가 남기 마련이다. 먹을 수 없는 뼈나 껍질과 같은 것일 수도 있고, 냉장고 배수구로 흘러가는 작은 흔적들일 수도 있다. 그것도 아니라면 애초에 먹을 수 없어 남기게 되는 경우도 있다. 후식으로 포도나 사과/바나나 같은 과일을 챙겨 먹어도, 라면을 먹어도, 무언가는 남는다.
직접 요리하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채소들은 요리하기 전에 칼로 일부를 잘라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양 조절에 실패하는 경우도 있고, 맛을 내기 위해 넣었던 다양한 재료들이 먹기엔 애매해지는 경우도 있다(기름과 혼연일체가 되거나, 단순히 배가 부르거나). 재료에서 불필요한 부분을 도려내야 해서, 여러 이유로 다 먹을 수가 없어서, 때로는 요리 자체가 실패해서(!). 직접 음식을 만들 때는 더 많은 흔적이 집에 남는다.
그 잔해들을 보고 있자면 착잡하다. '혼자여서' 남은 것들. 만약 내가 누군가와 함께 살았다면 남지 않았을 가능성을 생각하니 아쉽고, 혼자여서 판단이 서투른 탓에 남았을 때 아쉽다. '다음에 먹어야지'하고 보관했던 것을 결국 혼자라는 이유로 해치우지 못해 아쉽다. 혼자여서 메뉴를 맘대로 정할 수 있어서 기뻤고, 원하는 대로 음식을 먹을 수 있어서 기뻤지만, 그 기쁨이 지나고 잔해를 마주하면 복잡한 감정이 일렁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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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찾아오는 건 귀찮음이다. 음식물 쓰레기 봉투에 일일이 담고, 불가식 부분은 일반쓰레기로 옮기고, 싱크대 거름망을 꺼내 정리하고, 꽉 차지 않은 봉투를 채우기 위해 냉장고를 열어 보니 다시 '흔적'들이 눈에 들어온다. 예전에 만들었던 반찬, 부푼 마음을 안고 사놨던 소스나 재료, 다음에 먹어야지 하고 내버려 뒀던 배달 음식, 채소 칸에서 하얗게 변해가는 채소들 같은 것들. 그 모든 것들이 오로지 나의 몫이고, 책임이다.
그 모든 몫과 책임을 봉투에 묵묵히 채우고 버리고 오는 길, 그 과정들에 대해 생각한다. 먹을거리를 골라서 사 오는 나, 그걸 냉장고에 채워 넣는 나, 꺼내서 요리하는 나, 먹고 나서 남은 것들을 담는 나, 과거의 계획들, 선택들, 행동들을 다시 꺼내 버려야 하는 나, 그 모든 과정과 결과와 감정을 봉투에 담고 나면 묶기에도 쉽지 않다. 음식을 먹는 일 하나에 얼마나 많은 것들이 담겨 있었는지. 먹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 이 기나긴 여정은 때로 얼마나 피곤한지.
지난번에는 마음을 먹고 음식물 쓰레기 봉투 1L와 2L를 동시에 채웠다. 색깔이 변한 가루 치킨스톡과 하얀 점들이 생긴 마늘, 만들고 뿌듯했던 무생채, 카레를 끓이고 남은 온갖 재료들, 다양한 음식의 잔해를 보관하고 있던 싱크대 거름망, 저번에 끓여둔 찌개, 어느새 유통기한이 지난 각종 식품들까지. 그 모든 과거들은 내가 먹거나, 집 밖으로 내보내야 비로소 끝이 난다(물론, 진짜 끝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에게 넘겨주는 것이지만!).
독립해서 산다는 일이 그렇다는 걸, 새삼 음식물쓰레기 봉투를 채울 때마다 깨닫는다. 짧게는 이틀, 길게는 1주일에 한 번은 찾아오는 그 순간마다 어느 것 하나 내 손이 닿지 않으면 돌아가지 않는 것들에 대해 생각한다. 그러니 나는 오늘도 몸을 일으키고, 분주히 고무장갑을 끼웠다가 빼고, 냉장고를 몇 번 뒤적이고, 냉동실에 보관 중이던 음식물 봉투를 꺼내기도 하고, 새 봉투를 사러 집 앞을 나서고, 음식이 담겼던 그릇과 통들에 더해 싱크대를 깨끗이 씻어내야 한다.
독립한다는 건, 결국 자신과 마주한다는 것. 내가 먹고 싶었던 것, 먹었던 것, 먹고 남긴 것, 먹지 못한 것, 먹을 수 없게 된 것들은 다 나의 다른 조각들이다. 계산을 잘못한 나, 요리를 실패한 나, 보관하고 있다는 걸 까먹은 나, 보관법을 몰랐던 나, 욕심을 부렸던 나, 귀찮아서 미뤄뒀던 나. 오늘도 음식물 쓰레기 봉투를 채우며, 수많은 나를 만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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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먹고 치운다는 건, 결국 나를 만나는 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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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지도로 넓게 보고 싶을 때가 있다.
누군가가 공간들을 잘 기록해주었으면 하는 마음. 일일이 찾지 않고, 누군가가 핀으로 꽂아둔 곳들만 체크하고 싶은 마음. 한 동네만 들여다보는 게 아니라, 여러 군데를 확인하고 '내가 아는 그곳'이 핀으로 담겨 있는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 오늘은 다양한 공간들을 지도로 정리한 사례들을 가져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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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볶이 집은 어디에 있나요
<배짱이 떡볶이 지도>
배달의민족이 재미있는 지도를 만들었다. 2020 배민 떡볶이 마스터의 픽과 배민 구성원들이 고른 떡볶이 집을 골라 지도에 담았다. 픽의 종류마다 다른 모습으로 꽂혀 있으니, 종류별로 보는 것도 재미. 우리 동네부터 찾아봤는데, 익숙한 이름들이 보여서 반가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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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커피 사랑에 대한 기록,
<카페 투어 맵>
인스타그램 계정 <Coffee_Explorer>님이 직접 그간의 카페 방문 기록을 담은 지도다. 직접 방문한 곳과 추천받은 곳이 나뉘어 있는데, 엄청난 '방문한' 카페들의 숫자를 보고 놀라게 된다. 커피를 향한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지도 속에 좋아하는 카페가 있으면 왠지 뿌듯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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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을 자주 가는 건 아닌데도, 독립 서점은 들르고 싶어지는 곳이다. '서점'이라는 분위기를 물씬 풍기면서도, 각기 다른 개성을 만날 수 있어서다. <동네서점>은 전국 각지의 독립 서점을 찾는 가이드를 주고, 지도로도 제공하고 있어서 서점을 찾을 때 유용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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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 안의 3천원을 쓰는 법,
<대동타코야끼여지도>
마지막으로 색다른 걸 가져왔다. 바로 타코야끼 트럭들의 위치를 기록한 지도다. 수많은 사람이 오랜 시간 쌓아온 흔적을 보고 있자면 놀라움과 감사함, 재미가 따라온다. 우리 집 주변 타코야끼를 추적하고 싶을 땐 열어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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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swer 10.
내 집 앞에 예전 사람 택배 vs 예전 집에 간 내 택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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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는 조금 의견이 갈릴만한 물음을 가져왔었다. 어느 것이 더 싫은지에 대한 이야기.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답은 명확한데, 다른 사람들의 생각은 어떨까 궁금했다. 많은 분이 각자의 의견을 남겨주어서, 아래에 소개! 선정된 분들에게는 감사한 마음을 담아, 약소한 기프티콘을 차주에 발송할 예정!
*이번에는 할 말이 많아, 특별히 내 의견도 담아보았다. "처음레터 글쓴이"로 확인해주시길!
이사하고 왔더니 내 집 앞에 쌓이기 시작하는, 예전에 살던 사람의 택배
vs
이사한 집이 아니라 예전 집으로 가버린 나의 택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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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집으로 가버린 내 택배가 더 싫다!
크라우드펀딩으로 받을 리워드가 예에에에전 집으로 가버려서 매우 곤란했던 경험이 있어요. 해외도서 한정번역판이었는데, 겨우겨우 연락 닿아서 받았던 아찔한 경험이 있네요. 다신 겪고 싶지 않아요!
-오느릴리
두 가지 다 겪어 봤어요! 그런데 예전에 살던 분의 택배는 정말 빨리 가져가시더라구여! 그래서 괜찮았어요. 반면 제가 예전에 살던 집에 택배가 갔을 때는, 그걸 찾으러 가는게 얼마나 귀찮던지... 옆 동네라 다행이었지 먼 지역으로 이사 갔었다면 정말정말 귀찮을 뻔 했어요.
-내택배내놔
둘 다 정신적으로 신경쓰이는데, 제가 가지러 가는 건 몸도 써야 하네요! 정답이 나와버렸어요!
-에이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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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 앞에 쌓이는 예전 사람 택배가 더 싫다!
이사 왔는데, 하나 둘 전 사람의 택배가 쌓여 가더라고요. 근데 집을 들락날락할 때마다
너무 스트레스였어요! 차라리 예전 집에 간 건 제가 움직이면 해결되는데,
이건 제가 해결할 수가 없어서 너무 답답했어요!
-처음레터 글쓴이
제 집 앞에 있으면 계속 은근히 신경쓰일 것 같아요.
그리고 그 사람한테 연락도 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싫어요!
-화성거주
더 싫어하는 건 아닌데, 개인적으로 겪었던 이야기가 떠올라서 적고 갈게요!
이번에 살고 있는데 외국 사람 이름으로 택배가 잘못 온 거에요.
집 안에 두고 있었는데, 어떤 외국인이 쪽지를 붙여놓고 갔더라구요.
번역투로 '나의 택배가 이 집에 있다 밖에 놓아 달라' 이런 이야기였는데,
귀여웠어서 찍어둘 걸 그랬어요!
-창천동불주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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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20.
이번 주의 생각 : 25년 만에 우승을 했다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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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시부야 길거리에, 긴급뉴스가 나온다. 내용은, 우리에게 익숙한 <포켓몬스터> 애니메이션의 주인공 '한지우'가 우승으로 포켓몬 챔피언이 되었다는 것. 어린 시절 보았던 지우와 멀어지고, 존재도 모르는 포켓몬들이 나온 지도 십 년도 넘게 지났지만(내가 아는 건 2세대까지...) 97년 첫 방영 이후 처음이라는 우승 소식은 너무 재미있었다. '드디어!?'란 말과 함께, '아니 그럼 그동안 한 번도 전국 우승을 못 한 거야?'라는 질문까지.
애니메이션 속 이야기일 뿐이지만, 실제 길거리에 우승 소식이 긴급으로 흘러 나오고 사람들이 그 소식을 지켜보는 모습을 보니 남다른 생각이 들었다. 꼭 이 현실과 맞닿은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그 이야기를 바탕으로 즐거워하고, 추억을 나누고, 떠들 수 있다는 걸. 현실이 아니더라도 주인공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공감할 수 있다는 걸. 저 자리에서 나도 한지우의 '25년 만의 우승'을 축하해줄 수 있었으면 싶었다. 그리고, 지우도 25년 만에라도 우승을 했는데, 나도 무언가를 꾸준히 저만큼 할 수 있을까 스스로를 떠올려 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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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독립일기는 여기까지/
처음레터는 독립과 함께 만나게 되는
수많은 처음의 상황과 감정들을 다뤄.
매주 목요일, 혼자가 되는 시간 밤 11시에 메일함을 찾아갈게✨
이번의 편지나 처음레터를 두고, 나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무엇이든 아래 링크로 편지를 남겨줘.
꼼꼼히 읽고, 생각하고, 고민하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 볼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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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우리들의 독립과 처음에 대한 이야기가 알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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