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자국이 사라지기까지 이번 주의 처음
처음으로, 마트에서 내가 산 것을 바꾸러 갔다.
포도를 샀는데, 일부가 썩어 있더라. 이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교환을 해왔다.
교환/환불할 일이 없었기도 했고, 웬만하면 받아들이는 나로선 첫 경험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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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처음레터 미리보기/
💌 EP. 19
10개월이 걸렸습니다
📮 MEET. 19
이탈리아의 맛, 에스프레소 바
💬 Question. 10
내 집 앞 이전 사람 택배 vs 이전 집에 간 내 택배
💡LIFE. 19
인생 계단을 오르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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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월 만에, 왼발 엄지발톱이 멀끔해졌다.
독립을 위한 이사 전날이었다. 독립한 집에 유일하게 가져가는 가구였던 책상을 분해하고 있었다. 분해 자체는 문제가 없었다. 책상 아래 짐들을 보관하고 있던 작은 선반의 존재를 잊었다는 게 문제였다. 책상 한쪽을 분해하고 다른 쪽을 분해하려고 책상을 이동시키던 중 선반이 책상에 부딪혔고, 넘어졌다.
아찔한 통증이 찾아왔다. 처음에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몰랐다. 아파서 눈을 질끈 감으며 넘어지듯 무릎을 꿇었는데, 왼발 엄지발가락위로 선반이 덮쳤음을 알았다. 통증을 참으며 선반을 치우고, 발을 감싸쥐었다. 몇 분 간은 발의 상태를 볼 생각도 못한채, 아파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더랬다.
시간이 지나 확인한 엄지발톱은 검게 변해있었다. 피가 고인 것이었다. 1시간을 방에 엎드려 고통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그 날 하루는 쉽지 않았다. 약 없이는 잘 수도 없어서, 새벽까지 끙끙대다 진통제를 먹고는 그제야 잠에 들 수 있었다. 다음 날 이사를 해야 하는데 제대로 걷지 못하고 있다 보니 막막했다.
다행히 친구들과 이사하기로 했고, 걷기도 어려워하는 모습을 본 친구들은 '너는 가만있어라'라고 하고는 이사를 적극적으로 도와줬다. 덕분에 나는 모든 짐을 옮겨줄 때까지 이사하는 집에 앉아 짐을 정리할 수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일이었다. 적당히 짐 정리를 마치고 병원을 찾았더니 다행히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회복될 것이라 했다. 제대로 걸어 다닐 수 있게 된 건 그로부터 3주 뒤의 이야기였지만, 그래도 반가운 소식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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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이 지나자 통증은 가끔으로 줄었다. 그로부터 또 한 달이 지나자 이따금 찾아오던 통증 자체가 사라졌다. 남은 건 검게 변해버린 발톱뿐이었다. 그래도 직접적으로 자극을 주지 않으면 멀쩡했기에, 일상적인 생활을 해왔다. 의사 선생님은 '최소 6개월은 지나야 할 것'이라고 했고, 그때는 '설마 그 정도나 걸리겠나' 싶었지만 그 말은 틀림이 없었다.
새로 발톱이 자라나며 피들을 조금씩 발톱 밖으로 밀어내는 게 보였고, 여름이 끝날 때쯤 나는 가득 찬 피로 인해 불안정하게 흔들리는 발톱을 잘라낼 수 있었다. 그즈음부터 발의 검은 자국은 사라졌고, 발톱들이 섞이고 새로 자라는 과정에서 보였던 울퉁불퉁한 자국도 최근 발톱을 정리하며 완전히 사라졌다. 10개월이 조금 더 지나, 내 엄지발톱은 다쳤던 일이 없었던 것처럼 돌아왔다.
내게 이 엄지발톱이 주는 의미는 나름 각별했다. 이사 전날 다쳤던 만큼, 이 검은 자국이 사라질 때쯤에야 나는 '독립'에 적응한 것이리라 생각하며 시간을 기다렸다. 3개월 차에도, 6개월 차에도 '아직은 시간이 좀 더 필요하겠네'라며 되뇌었다. 검게 변해 굳은 피가 사라졌을 때에는 '그래도 이젠 좀 익숙해졌지'라고 생각했고,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지금은 '1월에 독립하고 나서 겨울과 봄, 여름을 지나 가을까지 겪고 다시 겨울을 기다릴 만큼' 독립이 당연해졌다.
어느새 나는 독립을 하고 4계절을 돌았다. 보일러를 켜던 시기를 지나 에어컨을 켰고 이제 다시 보일러를 켜고 있고, 두터웠던 겨울옷을 다시 꺼내 입기 시작한다. 그동안 나는 이 방에서 수없이 많은 시간을 보냈다. 가장 오랜 시간 혼자였고, 가장 다양한 처음의 순간을 맞았다. 이 공간이 제대로 돌아갈 수 있도록 매일 신경 쓰고, 고민하고, 해결한다. 발톱의 검은 자국이 사라질 때쯤 되니 이제 그래도 '나 독립해서 살고 있어. 그것도 썩 괜찮게'라고 말할 정도는 됐다.
그랬다. 10개월이 걸렸다.
검은 자국이 사라지기까지, 독립이 익숙해지고 일상이 되기까지.
독립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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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던 시절, 겨울의 햇살을 찍었던 사진. 지금의 집은 이 때의 풍경과는 조금 다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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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et 19.
이탈리아의 맛, 에스프레소 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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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
카페인이 몸에 받지 않기 때문인데, 보통 카페에 가면 커피가 아닌 음료부터 찾는다. 하지만 최근 붐처럼 많아지고 있는 에스프레소 바들은 여러 차례 방문하게 된다. 커피를 좋아하는 지인들과 가기에 좋고, 에스프레소 체험을 하기에도 좋기 때문(한 잔을 다 마시지는 않는다).
에스프레소 바는 주로 에스프레소 위주로 취급하기에 일반적인 카페에 있는 라떼류를 비롯한 다양한 메뉴가 없고, 장소에 따라 이탈리아처럼 '스탠딩' 형식으로 된 곳도 있다. 빠르게 에스프레소를 마시고 사라지는 그 시간의 체험이 즐거워서, 굳이 '아메리카노 대신 에스프레소를 팝니다'라는 바리스타의 선택이 좋아서 다녔던 공간들 중에 3군데를 소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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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프레소 바의 클래식,
<리사르 커피>
리사르 커피는 에스프레소 바 유행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다. 실제로 가장 '에스프레소 바'의 모습에 가깝기도 하다. 동네 깊숙한 곳에 있는 이곳에 들어서면 마주하는 건 의자가 아니라 길게 있는 '바 테이블'. 눈치껏 빈자리에 서서 에스프레소 한 잔을 주문하는 게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의 전부다. 그 단순한, 각자가 '커피'를 음미하고 빠르게 나가는 체험이 색다르다. 대표 지점인 약수점은 아침 7시부터 낮 3시 30분까지만 운영하니 참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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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바리스타의 선택은 에스프레소,
<바마셀>
📍서울시 용산구 원효로89길 12 건물뒷편 1층
국내에도 유명한 바리스타들이 있다. <바마셀>은 그중에서도 1세대로 이름을 떨친 최현선 바리스타의 공간이다. 에스프레소 바 유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인 2019년부터 자리를 잡았다. 바마셀 이전에 운영하던 대형 커피숍으로도 유명했지만, 지금 그는 용산구 작은 가게에서 서서 마시고 갈 수 있는 에스프레소를 다룬다. '그냥 커피를 즐겼으면 좋겠다'라는 바리스타의 뜻이 카페 공간에, 에스프레소에 묻어나는 기분 좋은 곳.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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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쉽고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곳,
<프롤라>
📍서울시 성동구 연무장17길 5 1층
요즘 핫한 것들은 모두 모인다는 성수의 동쪽, 비교적 한적한 거리에 <프롤라>가 있다. 호주에서 오랜 기간 있었던 이탈리안 바리스타가 직접 에스프레소를 내려주는 이곳은 조금은 친숙하다. 넓진 않아도 앉을 수 있는 공간이 있고, 빵과 디저트까지 포함한 더 다양한 메뉴가 맞이한다. 유럽 느낌으로 가득한 인테리어 안에서 커피를 마시다 보면, 아직은 낯선 에스프레소를 처음으로 시작하기에 적합한 곳이라는 느낌이 확신으로 바뀌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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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estion 10.
내 집 앞에 예전 사람 택배 vs 예전 집에 간 내 택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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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는 조금 의견이 갈릴만한 물음을 가져왔다. 어느 것이 더 싫은지에 대한 이야기.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답은 명확한데, 다른 사람들의 생각은 어떨까 궁금했다. 자신만의 생각과 이야기를 남겨준 사람에게는 작은 기프티콘을 선물할 예정!
이사하고 왔더니 내 집 앞에 쌓이기 시작하는, 예전에 살던 사람의 택배
vs
이사한 집이 아니라 예전 집으로 가버린 나의 택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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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19.
이번 주의 생각 : 인생 계단을 오르는 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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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영상. 유명한 안무가 요안 부르주아의 모습이 담긴 약 1분 30초의 영상은 '성공은 선형(Linear)이 아니다'란 말로 내게 닿았다. 1분 30초간 계단을 오르는 사람은 계단을 오르다가 바닥으로 떨어지고, 다시 계단을 오르고, 다시 떨어지고, 다시 한 걸음 더 높은 계단으로 나아가기를 반복한다. 그 반복을 지켜보며 때로는 마음을 졸이고, 때로는 응원하고, 때로는 실망하고, 때로는 '드디어!'라며 들뜨게 된다.
성공이란 무엇일까. 그에 앞서, 인생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다 올랐다'고 생각했을 때 다시 떨어지고, 떨어졌다고 생각했을 때 그 힘으로 다시 이전보다 한 걸음 더 높은 계단에 오르게 된다. 끊임없이 떨어지고 오르고를 반복하는 우리. 그런 하루들. 그 속에서 천천히라도, 한 계단 한 계단 더 오르고 있는지를 생각하게 되는 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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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독립일기는 여기까지/
처음레터는 독립과 함께 만나게 되는
수많은 처음의 상황과 감정들을 다뤄.
매주 목요일, 혼자가 되는 시간 밤 11시에 메일함을 찾아갈게✨
이번의 편지나 처음레터를 두고, 나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무엇이든 아래 링크로 편지를 남겨줘.
꼼꼼히 읽고, 생각하고, 고민하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 볼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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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우리들의 독립과 처음에 대한 이야기가 알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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