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살고 있다는 건 무엇일까 이번 주의 처음
지난 번 낫또를 구매했다. 건강에 좋을 것 같아서.
처음으로, 낫토를 먹었는데 내 입맛이 아니란 걸 깨닫고 나눔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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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처음레터 미리보기/
💌 EP. 14
청을 담그는 일
📮 MEET. 14
재미 한 스푼, 남다른 인터넷 샵
💬 Answer. 07
나의 반려식물 이야기
💡LIFE. 14
이번 주의 생각 : 처음 보는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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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하고 나서 세 번째로 청을 담갔다.
이번에는 청귤로 청을 담갔다. 처음 담갔던 건 독립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시도했던 사과청이었고, 지난번에는 레몬으로 청을 담갔다. 레몬으로 담근 청을 다 비우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청귤을 주문했고, 미루고 미루다 지난번에 청으로 만들었다. 사과청과 레몬청 사이에는 선물 받은 귤청도 있었으니, 독립하고 나서 대부분 냉장고에는 과일청이 들어 있었던 셈이다.
청을 담그는 일은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갔다. 보통 껍질째 넣기 때문에 잔여 농약을 제거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여러 차례 씻어 낸다. 그냥 물에도 담그고, 소금으로 껍질을 문지르기도 하고 레몬은 식초를 넣어 끓인 물에 잠깐 데쳐 내기도 했다. 베이킹소다를 넣어 닦아내기도 하니 과일을 세척하는 데에만 꽤 시간과 공을 들여야 하는 셈이다.
과일을 씻어내는 한 편, 청을 넣을 용기를 끓는 물에 열탕소독도 해야 한다. 지난 번에는 뜨거워진 병에다 찬물을 끼얹는 바람에 금이 가서 버리게 되는 우스운 실수를 하기도 했더랬다. 열탕소독을 마친 병은 한 쪽에 거꾸로 세워 말리고, 여러 차례 세척을 마친 과일들을 용기에 담고 나면 나름 여러 일을 했는데... 싶지만 청을 담그는 일은 그 때부터 시작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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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내가 준비한 과일은 혼자 먹기엔 양이 많았고, 그만큼 써는 시간도 오래 걸렸다. 칼질에 실력이 없기도 하고, 조금은 무뎌진 칼날도 속도를 늦추는 데 한몫을 했다. 겁은 많아 조심히 썰다 보니 30분 넘게 도마 앞에 앉아 과일만을 썰고 있었다. 어느새 칼을 쥔 팔과 손목이 아파지고, 오래 앉아 있어 전반적으로 찌뿌듯하다. 과즙은 도마를 넘어 탁자로, 내 손으로 침범해 끈적끈적해진다. 칼솜씨가 없어 모양도 제각각에 두껍게 잘라 예쁘진 않지만 지쳐가는 마음에 '뭐가 됐든 썰기나 하자'란 생각뿐이다.
다 썰고 나면 그래도 한결 마음이 편하다. 끝이 보이는 기쁨이랄까. 1:1 비율로 무게를 맞춰 설탕을 넣어야 하는데, 이미 몸과 마음이 피곤해져 적당히 계량하고 나선 설탕을 섞는다. 설탕이 어느 정도 녹을 동안 손을 씻고 바닥을 닦고 도마와 칼이나 저울 따위를 정리하고, 보다 정갈한 마음으로 과일+설탕을 그릇에 옮겨 담는다. 한 번도 안 흘리면 좋았겠지만 꼭 한 번은 그대로 병에 들어가는 일이 없더라.
어쨌거나 우당탕탕 완성을 하고나면 뿌듯하다. 시간은 어느새 훌쩍 지났고, 팔과 허리는 아프고, 청소할 것 투성이지만 기분이 좋다. 숙성을 시키기 위해 병을 실온에 두고 나면 청을 담그는 일도 끝이다. 이 '피곤하고 지친' 과정을 자꾸 반복하게 되는 이유가 뭘까 싶었다. 청이 없어도 생활엔 아무 부족함이 없고, 오히려 더 몸에 좋고 편한 음료들도 선택할 수 있었을 텐데. 굳이 설탕과 과일을 사야 하고, 담글 때부터 다 먹고 나서까지 뒷처리에도 손이 많이 가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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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하게도, 준비한 용기 2개에 딱 알맞게 양이 나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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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잘 살고 있구나란 마음인가 싶었다. 청을 담그는 '번거로운' 일을 마쳤으니까. 주어진 대로나 편하게 사는 데 그치지 않고, 내 집과 생활을 가꾸는 행위를 한 것이니까. 대단한 일은 결코 아니고 누군가에게는 쉬운 일이겠지만, 내게는 유의미한 행위니까. 이 집에서 나는 쉽게 음식을 먹고, 씻고, 자는 단순한 일만 하는 게 아니라 더 다양한 일을 하는 게 되니까. '청 담그는 게 재밌다'고 생각했는데, 그 재미는 그런 마음에서 출발했을까 싶었다. 정말 '살아내는데' 그치지 않고, 플러스가 되는 무언가를 한다는 것. 거기서 오는 잘 산다는 마음, 그로부터 출발한 재미.
그러니 배달시킬 때 재미를 느끼진 않지만 어쩌다 어려운 요리에 도전하는 게 재밌었다. 식물이 자라나는 모습을 보는 게 재밌었고, 벽에 직접 인화한 사진들을 붙일 때 재밌었다. 삶을 유지하기에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는 자신이 좋았던 건가 싶다. 내가 어떻게 지내는지 아무도 알 수 없는 혼자일지라도, 자신과 이 공간과 그 안에서 이루어질 삶을 위해 투자하는 일이 즐거웠던 것이겠다. '비타민 보충하고 싶네'라고 생각이 들 때 '이럴 때를 대비해 직접 만들었지'라고 생각하며 레몬청을 꺼내 들던 기분이 좋았던 것이겠다.
청귤청은 며칠을 지나 숙성이 끝났다. 완성된 청귤청에 제로 사이다를 넣어 에이드를 먹으며 생각했다. 청귤청을 다 먹고 나면 다음엔 무슨 과일로 청을 담가볼까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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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초기에 담근 사과청으로 만든 사과 에이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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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et 14.
재미 한 스푼, 남다른 인터넷 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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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고 독특한 아이템을 사는 걸 좋아한다. 간단한 종이 폭죽이라거나, 네컷사진을 찍을 때나 쓸 법한 선글라스라거나 하는 재미용 아이템부터 의미가 있는 제품들, 혹은 아이디어 제품 등 다양하다. 그 아이템들을 구경하는 것부터 즐겁고, 실제로 쓸 때도 재미있고 남다르게 느껴진다. 최근 지속적으로 눈팅도 하고, 실제로 '지르기도' 했던 구매처 몇 곳을 소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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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만든 굿즈, <신이어마켙>
신이어마켙이라는 글자는 특이하다. 시니어+마켙(켓)의 합성어다. 이름 그대로, 시니어들이 그리고 만든 아이템들을 판매한다. 할머니가 그린 화투, 직접 적은 손글씨 카드, 꽃 그림 마스킹테이프와 같은 문구류 아이템들이 많다. 노인들이 폐지를 수거하는 대신 새로운 일자리가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출발한 사회적 기업이다. 그 뜻도 뜻이겠지만, 일단 제품들이 '힙'하다. 삐뚤빼뚤하게 적힌 '정신차려'나 '그러게 어쩌지' 같은 메시지로 만든 스티커를 보고 있자면 슬며시 미소가 지어진다. 글씨를 적었을 할머니를 생각하며 한 번, 또 힙한 아이템을 발견한 기쁨에 두 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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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아이템을 구출하자, <노프>
'긴급구출플랫폼'. 노프가 스스로를 설명하는 단어다. 브랜드의 B급 제품들은 보통 폐기된다. 쓰는데 무리는 없지만, 자그마한 흠집이거나, 포장재가 손상되거나, 모양이 완벽하지 않거나 하는 등 다양한 이유로 상품성이 떨어질 뿐이다. 노프에서는 이러한 B급 아이템들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데, 할인율이 보통 50% 이상이다. 의류부터 뷰티, 잡화 등 품목의 종류가 다양한데, 들어갈 때마다 물건들이 바뀌어 있다. 구출이 끝난 제품들은 사라지고, 새롭게 구출이 필요한 아이템들이 입점한 덕이다. 그만큼 주기적으로 물건을 구경하는 '아이쇼핑'의 즐거움도 있다. 'ON'과 'OFF'를 합친 것으로 보이는 이름이 절묘하다. 'OFF' 된 제품을 다시 'ON'으로 바꿔주는 느낌이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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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스럽지만 촌스럽지 않은 굿즈, <아무개씨>
'촌스러워서 좋은 것들을 만듭니다'. 아무개씨를 설명하는 문장이다. 재미있고, 튀지만 또 한편으로는 '촌스러움'을 담고 있는 것만 같은 아이템들이 많다. 물론 촌스러움을 잘 살려냈기에 부정적이진 않다. 시쳇말로, '레트로 감성'이라고 표현하면 적당할 것 같다. 과거 어디선가 있었을 법하거나, 실제로 봤던 아이템이나 아이디어가 요새의 느낌으로 살아나 있다. 사무실 책상 한 편에 두어도 좋겠지만, 사람들이 모인 자리나 이벤트에 쓰기 좋은 아이템들이 있어 장바구니를 이것저것으로 채웠더랬다. 과거 초등학교 교무실 어딘가에서 봤을 법한, 딱딱하고 뭉툭한 디자인의 달력도 뭔가 다르게 느껴지니 '촌스러워서 좋아'란 말이 더 와닿게 되는 스토어. '촌스럽다고? 오히려 좋아'라는 요새 유행어를 괜히 덧붙이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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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는 식물 이야기를 다뤘다. 각자가 품고 있는 식물에 대한 기억, 경험, 생각을 들려주시길 바라며 물었었다. 이번에도 감사히 반려식물 이야기를 들려준 분들이 있어서, 함께 소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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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생일에 별안간 화분을 사고 싶은 마음이 들어 양재 꽃 시장으로 화분을 사러 갔었어요. 너무나도 다양한 종류의 꽃과 나무들 사이로 노랗게 꽃이 피어 하늘거리는 '애니시다'가 제 눈을 사로잡았고, 가장 예쁜 아이로 데려왔었죠. 독립을 시작하고 다육이나 스투키 같은 식물을 키워본 적은 있지만, 그것보다 큰 화분을 들이는 건 처음이라 잘 키울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과 설렘을 동시에 느끼고 있었어요. 잘 키우고 싶은 마음에 인터넷을 찾아보니 볕이 잘 들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공간에 화분을 놓으라고 하더군요.
베란다가 따로 없는 집에 살고 있던 터라, 최대한 그렇게 해준다고 한 게 출근할 때는 창틀에 두고, 퇴근해서는 주방 쪽에 둔 거였어요. 그런데 하루 이틀 지나면서 노란 꽃잎이 떨어지고, 초록색이던 잎들이 회색빛을 띠면서 시들더라고요. 급하게 영양제도 사다 꽂아주고, 주변에 물어보면서 살리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제 인생 첫 화분은 그렇게 죽고 말았어요. 이리저리 옮겨가면서 키운 게 문제였나 봐요... 이 사건을 계기로 베란다 있는 집으로 이사 가기 전까지 식물을 키우지 않겠다고 결심했는데, 이번 뉴스레터를 보니 또 튼튼한 아이로 데려오고 싶은 마음이 드네요!
-코코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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볕도 잘 안 드는 서향집을 정글로 만들어가고 있는 두 친구, 레드콩고와 히메몬스테라. 둘 다 1~2년 전 처음 데려올 땐 분명 잎도 서너 장에 뿌리가 불안정해서 흔들흔들, 아주 걱정되는 친구였어요. 근데 이렇게까지 무럭무럭 자라날 줄이야~! 여름엔 키우는 식물들이 많아 물 주는 것이 신경 쓰여 어딜 멀리 떠나질 못해요ㅠㅠ 반려동물이나 돌볼 가족이 있는 경우랑 비슷하죠...
이건 식물들 본격적으로 키우기 전엔 몰랐어요! 올해 봄에 씨앗을 뿌려 키운 토마토와 바질로 파스타를 해먹었어요! 매년 소소하게 베란다 농업을 하고 있는데, 이렇게 건강하고 맛있는 비건 식사를 하고 나면 베란다가 있는 집으로 이사하려고 두세번 이사했던 고생도 추억이 되는 것 같아요~! 사진은 갈수록 많아지는 제 식물들!!
-오느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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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14.
이번 주의 생각 : 처음 보는 결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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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나는 파타고니아를 잘 모른다. 옷을 샀던 적은 더더욱 없다. 그만큼 들려올 리 없는 파타고니아의 소식은 뜻밖의 이야기였다. 창업자인 이본 쉬나드 회장이 4.2조에 달하는 파타고니아 기업 지분 전체를 환경보호를 목적으로 설립된 비영리재단에 양도했다고 했다. <포브스>가 본인을 억만장자 대열에 포함한 것에도 불만이 많았고,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건 '지구 보호'라는 파타고니아 기업의 목적에 위반되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라고. 기업을 지키는 동시에 목적도 지킬 수 있는 마땅한 방안이 없어 내놓은, 파타고니아만의 새로운 방안이라고도 설명하고 있었다.
"우리 옷을 사지 마세요"라는 문구는 알았지만, '이 정도'로 진심일 줄은 몰랐다. 지난번 사람들과의 대화 자리에서 '기업의 진정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었는데, '진정성'이란 측면의 끝판왕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파타고니아와 같은 선택을 하지 않는다고 비윤리적인 건 아니겠지만, '이렇게까지' 표현하고 결정할 수 있는 기업을 본 것도 처음이니까. "이제 파타고니아의 유일한 주주는 지구입니다"라는 메시지에 담겨 있는 당당함이 새로웠다. 나라면 그만큼 당당한 사람이 될 수 있었을까 싶었던 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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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독립일기는 여기까지/
처음레터는 독립과 함께 만나게 되는
수많은 처음의 상황과 감정들을 다뤄.
매주 목요일, 혼자가 되는 시간 밤 11시에 메일함을 찾아갈게✨
이번의 편지나 처음레터를 두고, 나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무엇이든 아래 링크로 편지를 남겨줘.
꼼꼼히 읽고, 생각하고, 고민하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 볼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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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우리들의 독립과 처음에 대한 이야기가 알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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