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반려 식물 이야기 이번 주의 처음
미역국이 먹고 싶다고 생각했다.
처음으로, 직접 미역을 구매했다! 혹시나 너무 많은 양을 사지 않도록 꼼꼼히 알아봤던 기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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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처음레터 미리보기/
💌 EP. 13
나와 식물의 동거 이야기
📮 MEET. 13
식물이 가득, 녹색 향연 공간
💬 Question. 07
나의 반려식물 이야기
💡LIFE. 13
이번 주의 생각 : 녹색과 함께 걷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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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하고, 식물을 키워야겠다고 생각한 건 현실적인 이유였다.
독립을 한 때는 겨울이었고, 아침에 일어나면 집이 건조하다고 느꼈다. 찬 바람이 들이닥칠 걱정만 하지 않아도 된다면 잘 때만 빼놓고는 창문을 열어 놓고 살겠는데(계절이 바뀐 지금은 그러고 있다), 짧은 환기 시간만 믿기에는 건조함이 강하게 나의 기관지를 짓눌렀다. 제일 먼저 떠오른 건 가습기였지만, 사려고 한참을 알아보다 포기했다. 기화식이니 초음파식이니 종류는 많았지만 각자가 가지고 있는 단점이 괜스레 크게 느껴진 탓이다.
다음으로 내 눈에 들어온 선택지는 식물이었다. 사실인지는 모르지만, 식물을 두면 자연스레 공기정화와 가습이 된다고 쓰인 말들을 보고는 '식물을 사야겠다' 싶었다. 게다가 키우는 재미도 있을 것이고, 삭막한 내 독립 공간에 녹색이라는 인테리어 효과도 줄 테니 일석삼조가 따로 없었다. 다양한 식물을 잘 키워내는 '식집사'의 모습을 상상한 날이 지나고 나니 어느새 나는 대형 마트 식물 코너에 서 있었다.
그 앞에 20분을 서성인 나는 잘 죽지 않는다는 스킨답서스를 샀다. 비슷한 시기에 집들이를 했고, 선물로 받은 천리향까지 한 식구가 됐다. 이전 집에서 가져온 선인장 하나까지 총 3개였다. 그렇게 한동안 나와 식물의 동거는 편안해 보였다. 어떤 관리도 없이 일주일에 한 번 물을 주는 것만으로도 식물들은 꽤 잘 자랐다. 이따금 다른 잎보다 더 연한 녹색을 띠는 신선한 잎을 틔워냈고, 아파보이는 징조도 없었다. '식물 키우는 거 일주일에 한 번 물만 잘 주면 되는구만'이라고 근거 없는 자신감을 갖게 된 것도 그 친구들과 함께한 지 2~3개월이 지났을 즈음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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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감은 더 많은 식물을 기르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어졌다. 곧 찾아오는 생일을 맞아 위시리스트에 식물을 잔뜩 집어넣었더랬다. 그렇게 바질트리나 올리브나무와 같은 식물들이 새로운 동거인이 됐다. 4~5개로 늘어난 식물들을 보며 부푼 상상을 했다. 바질트리는 강렬한 향을 냈고, 나중에 직접 따서 파스타에 바질을 넣어주거나 양이 많으면 페스토로도 만들 수 있겠다는 그림이었다. 그러한 사례 얘기를 많이 듣기도 했고.
문제는 보다 건조한 곳에서 자라는 바질이나 올리브의 특징을 간과했다는 점이다. '식물은 일주일에 한 번 물 주면 그만'이라는 잘못된 고정관념에 빠진 나는 다른 식물들과 마찬가지로 일주일이 지날 때마다 꼬박꼬박 물을 주었다. 바질트리의 향긋함을 만끽하면 괜스레 신이 나서 잘 자라라는 마음에 듬뿍듬뿍 물을 쏟았다. '집에서 기르는 식물의 죽음 원인 대부분은 과습이다'라는 명언의 존재를 모를 때였다.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식물들은 죽음을 맞았다. 다른 식물들 물을 줄 때마다 뭔가 미안해 함께 물을 줬던 선인장은 알 수 없는 색깔의 액체를 토하며 꺾여갔고, 싱그러운 녹색을 자랑하던 바질트리는 갈색으로 변해갔다. 올리브나무는 과하게 많은 잎을 떨어뜨리며 힘을 잃어가고 있었다. '뭔가 문제가 있다'라는 건 알았지만, 물을 덜 줘야 한다는 판단력은 없었다. '물이 부족한가' 싶어서 물을 더 주기도 했고, '물이 많은가 보다'며 물 주기를 멈춰 보려고 해도 힘없는 모습이 눈에 밟혀서 오래 참지 못하고 다시 물을 주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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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지금은 그 식물들을 흙으로 보내주고, 새로운 식물을 다시 들였다. 일부가 노랗게 변하던 스킨답서스는 화분을 옮겨 벽에 걸어주었고, 끔찍한 죽음의 시기를 피한 천리향은 그 자리를 지키게 두었다. 스파트필름을 새로 가져왔고, 씨앗을 받은 배초향을 화분에 담아 싹이 트는 과정을 지켜보는 중이다. 천리향과 스킨답서스는 기존처럼 일주일에 한 번 물을 주고 있고, 스파트필름은 여름 기준 1주에 2번을 지켰다. 배초향도 조심스레 상황을 지켜보며 물을 준다. 혹여나 물을 주는 과정에서 자라난 싹이 꺾이진 않을까 조심하면서.
이 경험을 이야기하면 주변에선 '아니 그것도 모르다니!!!'하고 장난스러운 책망이 되돌아올 때도 있다. 사실 조금만 더 식물에 신경을 썼어도, 발생하지 않았을 일이긴 하다. 식물들의 생태에 대해 검색을 해보고 주의를 기울였다면 아직 나는 싱그러운 바질트리의 향을 느낄 수 있었겠지.
사실 독립하고 겪는 일들 대부분이 그렇다. 조금만 더 신경을 썼다면 상하기 전에 요리했을 것이고, 조금만 더 신경을 썼다면 곰팡이가 생기기 전에 관리했을 것이고, 조금만 더 신경을 썼다면 세탁 후에 옷의 상태가 이상해지는 일이 없었을 것이고, 조금만 더 신경을 썼다면 재료가 상하지 않도록 별도로 보관을 했을 것이고, 조금만 더 신경을 썼다면 집안 어딘가에 쌓인 먼지도 만날 일이 없었을 것이다.
내가 사는 이 공간에, 저절로 이루어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아무리 사소해 보이는 것일지라도 관심을 두지 않으면 언젠가 문제가 되어 존재감을 드러낼 수밖에 없고, 내가 구석구석 하나하나 신경을 써야만 이 공간은 제대로 돌아간다. 함께 지내게 된 식물들을 잘 키워내길 다짐하면서, 이 집을 구성하는 모든 것에 더 관심을 주어야 함을 새삼스레 깨닫는다. 나 혼자 사는 이 공간엔, 아이러니하게도 '나 혼자만' 사는 게 아니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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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et 13.
식물이 가득, 녹색 향연 공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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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을 다루는 공간을 좋아한다. 식물에 대해 아는 건 없지만, 그냥 그 초록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즐거움이랄까. 꽃과 식물을 좋아하면 나이가 든 거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 다른 걸 구경하는 것보다도, 잘 꾸며지지 않은 것이라 할지라도 나무 사이나 갈대 사이를 걸으며 숨을 쉬는 일이 기쁘다. 이번에는 다양한 식물 공간 중에 '넓은 곳'을 선정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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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완벽하게 꾸며진 식물 공간, <서울식물원>
📍서울시 강서구 마곡동로 161
식물원 하면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아무래도 '온실'이다. 그리고 서울식물원은 그 이미지에 굉장히 충실하다. 그동안 봤던 온실 중 가장 감탄했던 곳이다. 서울식물원의 온실은 크게 2개로 나뉜다. 남미가 떠오르는 '우림'과 그리스/이탈리아가 떠오르는 '지중해'. 평생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다양한 식물들이 빈틈없이 공간을 메우고 있고, 그 짜임새에 놀라게 된다. '내가 식물학자라면 이 공간을 너무 사랑하겠다'는 생각을 멈출 수 없었던 기억. 서울식물원의 다른 장점은 식물을 주제로 다양한 체험이 가능하다는 것. '식물도서관'에서는 씨앗을 대출받을 수 있고(만약 반납에 '성공'하면 다음에 빌릴 수 있는 씨앗의 개수를 늘려준다), '정원상담소'에서는 자신이 기르는 식물을 전문가에게 상담받을 수 있기도 하다. 굿즈샵에선 실제 식물이나 화분, 굿즈 등을 구매할 수 있어서 시간이 금방 간다. 실외에도 넓은 공간이 펼쳐져 있기 때문에, 산책하기에도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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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규모의 녹색 공간, <국립수목원>
📍경기도 포천시 소흘읍 광릉수목원로 415
국립이라는 이름이 붙은 수목원은 어떨까라고 생각하면, 이곳의 가장 큰 특징은 '넓다'라는 것. 안에 들어서면 온통 녹색뿐인 공간에 들어섰음을 실감하게 된다. 몇 시간을 걸어도 돌아보지 못할 정도의 규모는 아니지만, 1시간은 쉬지 않고 걸어야 어느 정도는 보았다고 하게 되는 곳. 목적 자체가 보전 자체에 가까운 만큼 정원처럼 오밀조밀하게 꾸며놓았다기 보다는 다양한 식물들이 넓게 자리했다고 보면 좋다. 압도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지는 않고, '인생샷 장소'와도 거리가 멀지만 식물 외에는 보이지 않는 넓은 공간에서 마음을 비우고 산책하기에는 적합한 곳. 다만 대중교통으로는 접근이 어려운 곳에 있는데, 차를 가지고 갈 경우 예약을 해야 하니 체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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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별 꽃으로 만들어지는 사진 스팟, <안성팜랜드>
📍경기도 안성시 공도읍 대신두길 28
농협에서 운영하는 곳으로, 체험 목장과 같은 축산업 연관 프로그램들부터 각종 행사장/마켓 등이 섞여 있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이 중에서도 사람들이 몰리는 메인 장소는 계절별 꽃들이 심어진 넓은 언덕. 9-10월에는 언덕을 가득 메운 코스모스와 핑크뮬리가 압도적인 풍경을 자랑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다양한 식물을 볼 수 있는 공간은 아니지만, 꽃과 함께 인생샷을 남기기엔 적합한 곳. 공간이 넓고 언덕 규모가 크다 보니 꽃과 피사체만이 담길 수 있는 뷰를 만들 수 있다. 계절마다 다른 꽃을 볼 수 있어서, 여러 번 방문해도 다른 느낌을 만들 수 있기도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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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는 식물 특집으로 준비했다. 식물알못인 나는 위에 적었던 것처럼 여러 실수를 할 수밖에 없었는데,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식물과 살고 있는지가 궁금해졌다. 식물에 대한 자랑도 좋고, 식물을 키웠던 사소한 경험도 좋고, 식물과 함께 하며 들었던 생각이나 감정에 대한 이야기도 환영이다. 나 같은 식물 초보 집사에게 필요한 조언이라면 더더욱 좋다. 각자가 품고 있는 식물에 대한 기억, 경험, 생각을 들려주시길 바라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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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13.
이번 주의 생각 : 녹색과 함께 걷는 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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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최근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에서 제작한 '전국 수목원/정원 관광지도'(링크). 지역별로 수목원과 정원의 위치, 설명과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이걸 보며 갔던 곳을 떠올리기도 하고, 가보고 싶은 곳도 맘에 새기게 됐다. 오늘은 관련 공간을 3곳만 소개했지만, 다루지 못해 아쉬웠던 곳들도 여럿 있을 만큼 평소에 수목원이나 정원을 종종 찾는 편이다. 어린 시절부터 들어왔던 '시력이 좋지 않으니 녹색을 자주 보면 좋습니다' 같은 조언을 이제 와서 지키려고도 아니고, 식물을 잘 알고 있는 것도 아닌데(기초 지식 자체가 부족한 편) 푸르른 공간을 찾게 되는 이유가 뭘까.
그건 내게 디지털 디톡스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깨어나서 잠들 때까지 컴퓨터와 휴대폰, TV 화면 속에서 일하고 생각하고 글 쓰는 나는 계속 머리가 움직이는 편이다. 새로운 자극과 소식을 받아들이는 게 즐겁기에 그렇게 일상을 구성하지만, 그만큼 쉼이 없다는 생각도 했다. 대부분의 공간이나 상황에서는 디지털을 멀리하기 쉽지 않은데, 자연에 들어가면 보다 쉬워진다. 그저 뒷짐을 걷고 걸으면 그만이고, 쉬고 싶을 땐 앉아서 멍을 때리면 된다. 그때만큼은 디지털과 거리를 두어도 불안하지 않고 편했다. 누군가와 함께 갈 때는, 평소에 하지 못한 대화를 하기도 좋았다. 미뤄둔 맘속의 생각들을 꺼내기엔 아주 적합한 공간이니까.
이런 발견들이 사실 당연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어디를 가나 휴대폰을 꺼내놓게 되는 나로서는 '그러지 않아도 되는 곳'이라는 느낌이 남다르다고 생각했다. 진지한 대화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늘 같은 이야기만 반복하게 되는 공간이 아니라서 더 반가웠을 것이고. 이런저런 이유로, 다음엔 어느 수목원이나 정원을 갈까 지도를 들여다보고 있게 될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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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독립일기는 여기까지/
처음레터는 독립과 함께 만나게 되는
수많은 처음의 상황과 감정들을 다뤄.
매주 목요일, 혼자가 되는 시간 밤 11시에 메일함을 찾아갈게✨
이번의 편지나 처음레터를 두고, 나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무엇이든 아래 링크로 편지를 남겨줘.
꼼꼼히 읽고, 생각하고, 고민하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 볼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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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우리들의 독립과 처음에 대한 이야기가 알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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