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로 알게 된 독립의 의미 이번 주의 처음
지난 주 화분에 심은 씨앗에서 싹이 텄다.
처음으로, 자라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만나는 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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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처음레터 미리보기/
💌 EP. 12
나만의 컵으로 찬장을 채우는 일
📮 MEET. 12
구매가 즐거웠던 브랜드
💬 Answer. 06
나의 집에서, 무섭거나 위험했던 순간
💡LIFE. 12
남다르게 서류를 쌓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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슌님은 인스타그램에서 만화를 연재하고, 글을 쓰는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본인의 독립 이야기를 콘텐츠로 만들기도 했다. 다양한 독립 이야기를 만나고 모으는 만큼 지난번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간 뉴스레터를 쓰며 스스로 독립의 순간들을 기억하고, 많은 경험을 듣고 알게 되었지만 한 사람의 독립 이야기를 길게 묻고 들은 건 처음이었다.
어떻게 독립을 하게 되었는지, 독립을 하고 나서 바뀐 건 무엇인지, 잘 쓰고 있는 아이템이 있다면 무엇인지, 인테리어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독립을 하며 배운 건 무엇이고 실수를 한 건 무엇인지, 독립하고 나서 가장 기뻤던 순간은 언제인지, 독립은 무슨 의미인지... 질문을 하면서 스스로도 그 질문에 대해 답을 찾아가는 느낌이었다. 서로의 독립 경험과 기억을 나누며 각자의 독립 생활을 더 잘 알게 된 거라고나 할까. 그 일부를 공개하고자 한다.
(Shun) "독립하고 나서 변화를 가장 실감하는 건, 컵이에요. 이사하면서 제 컵들을 부엌 찬장에 줄 세우는데 뿌듯함을 느꼈어요. 본가에 있을 때는 여러 컵들이 섞여 있었어요. 은행에서 받아온 컵도 있고, 다른 가족의 취향이 담긴 컵도 있었죠. 독립하고 나니 오로지 제 취향만이 담긴 물건들로 집을 채울 수 있더라고요."
나 역시 독립하고 나서 제일 먼저 한 일 중 하나는, 주방의 물건들을 내가 원하는 것들로 채우는 거였다. 평소 눈치보며 사기 꺼렸던 소스와 식재료, 가위 모양의 집게, 계량 스푼, 계량 컵, 스테인리스 팬, 웍 후라이팬과 같은 것들. '내가 쓰고 싶은 것들'로 채워진 나만의 주방을 꾸미는 일이 곧 '나 독립했어'란 말이라고 알게 모르게 느끼고 있던 것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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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un) "말하다 보니 제가 잘 살고만 있는 것 같은데(웃음), 저도 실수를 꽤 많이 했어요. 가구나 물건을 살 때 치수를 잘못 재서 아예 쓰지도 못하기도 하고, 샀던 물건을 또 사기도 했죠. '멍청비용'이라고 해야 할까요? 식물도 처음에는 엄청 떠나보냈어요. 물을 무조건 일주일에 한 번은 줘야 하는 줄 알았거든요(웃음)"
지금 내 집에 놀러 오는 사람들 역시 '그럭저럭 모양을 갖춰 놓고 살고 있네'라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내 공간은 실패투성이다. 나 역시 몇 차례 식물을 떠나보냈고, 방 한편에는 잘못 산 물건이 놓여 있고, 제대로 청소하지 못한 구석구석들이 먼지를 나날이 키워간다. 무엇보다, 지금 이 집에서 보이지 않게 지워버린 '실패의 흔적'들이 많다. 어느 날은 상해버린 재료를 고스란히 음식물 쓰레기 봉투에 넣어야 했고, 매번 떨어지는 우산꽂이를 붙이기 위해 낑낑대야 했다. 아직 내가 인지하지 못한 실수와 실패도 이 방 어딘가에는 숨어 있을 것이고.
"독립하고 나서, 생각보다 관리가 어렵다고 느꼈어요. 스스로 체력이나 일정 등 모든 것을 컨트롤해야 하는데, 잠들고 일어나는 시간부터 해서 통제가 쉽지 않더라고요. 그걸 이겨내기 위해서는, 작은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됐어요. 제 눈앞에 있는 설거지 거리를 해결하고, 방 청소를 하는 거죠. 그리고 그런 과정이 저 스스로를 '취하게' 하는 맛도 있어요. '독립하고 나서 이렇게 부지런하게 사는 나'에 취하는 거죠.
독립 후에, 역시 생활 관리가 쉽지 않다고 느낀다. 할머니와 함께 살던 시절, 늦잠을 자기는 어려웠지만 그만큼 나는 쉬는 날이면 무언가 더 생산적인 걸 하려고 했던 것 같다. 혼자 살게 된 지금은 일정이 없는 주말이면 침대에서 휴대폰만 가지고 뒤척이며 시간을 보내기 일쑤다. 어느새 저녁이 가까워져 온 시간에 하루를 탓하지만 그 밤도 그렇게 다르지는 않다. 그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이불 빨래를 하러 빨래방에 가고, 미뤄둔 청소를 하고, 냉장고를 정리하고 나면 뿌듯함이 찾아온다. 그 뿌듯함을 원동력 삼아 더 나은 하루를 보낼 수 있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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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un)"사실 독립하면서, 계약하기 직전까지도 부모님께 말을 하지 않았어요. 고등학교 때부터 기숙사에서도 살고, 대학교 앞에 자취한 적도 있고 하니 밖에서 산 지는 꽤 되었거든요. 그래서 늦게 말해도 상관없다고 생각을 했었던 건데, 부모님은 굉장히 섭섭해하셨어요. 처음엔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얘기를 들어보니 부모님 입장에선 통보하듯이 했던 게 섭섭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나 역시도 집을 구하는 과정에서 부러 말을 하지 않았다. 몰래 은행에 가고, 대출받고, 집을 찾고, 방문하곤 했다. 그렇게 해야 '독립'이 되돌려지지 않을 것 같아서. 일단 계약이라는 단계까지 나아가면 무를 수 없을 것 같아서. 무엇보다, '내가 직접' 독립의 모든 과정을 함으로써 '나 독립할 수 있는 사람이야'라고 증명하고 싶었다. '내가 이렇게 알아서 은행도 가고, 좋은 집도 구했다니깐? 나 이제 어른이야'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마침 집에 방문했던 형과 함께 부동산에 계약서를 쓰러 가게 되고, 이후 과정에서 이래저래 조언을 들으며 내 결정이 가족을 서운하게 했음도 알았다. 동시에, 그 처음의 과정을 굳이 혼자 할 필요가 없음도 배웠다. 나, 이런 상황이라고 얘기하면 더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다는걸. 그런 처음의 과정에 '혼자가 아니라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싹텄고, 그게 뉴스레터를 시작한 이유기도 했다.
(Shun) "집에 자주 놀러 오던 친구가 자고 간 날, 포스트잇을 남기고 갔어요. "너희 집은 올 때마다, 참 따뜻함을 느끼는 것 같아"라고 했죠. 그 말이 원동력이 되어서 독립생활을 더 잘해 나가려고 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계속 제 독립을 잘 가꾸어 나가고 싶어요"
우리 집에 온 손님들에겐 방명록을 받고 있다. 슌님의 이야기를 듣고 많지는 않으나 몇몇이 써준 내용을 들춰봤다. 글들을 읽으며 나 역시도 괜스레 다짐하게 됐다. 별로 예쁘지도 않고(특히 슌님의 공간에 비하면), 작은 방 하나일지라도, 나를 위해 더 좋은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고. 사람들이 찾아오는 날이면, 좋은 경험을 하고 돌아가게 하고 싶다고. 이 공간으로 표현된 '나'라는 사람의 마음을 더 잘 전해주고 싶다고 말이다. 인터뷰를 통해 나 역시도 독립의 의미, 행복을 느끼게 된 날이었다.
- 이곳에서 더욱 행복한 일상을 보낼 수 있음 좋겠다
- 다음에도 맛있는 요리로 대접해줘!
- 애정이 어린 공간에 초대해줘서 고맙습니다. 늘 지금처럼 이곳에 오는 사람을 대해 주세요.
보다 자세한 슌님과의 인터뷰 결과와 진행하고 있는 이벤트가 궁금하다면, 아래 링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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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브랜드에 도전해보는 편이다. 그렇다고 많은 걸 아는 건 아니고(오히려 남들 다 아는 브랜드조차 모르는 알못이다), 새로운 경험은 언제나 즐거우니까. 카드값을 내는 날이면 조금 후회될 때도 있지만, 마음에 만나는 브랜드의 제품을 구매하는 건 후회되지 않는다. 단순한 구매가 아니라, 그들의 진심에 응원하는 것과 같은 마음을 담게 했던 브랜드를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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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만 명의 빈곤을 해결하는 칫솔, <Dr.노아>
치과의사를 하며 스리랑카로 봉사활동을 갔던 대표가 만든 칫솔 브랜드. 그 지역에 사는 16만 3천명의 빈곤에 대해 고민하다, 마을에 있는 대나무를 소득자원으로 만들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에 창업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대나무 칫솔을 써본 게 처음이었고, 이 브랜드의 칫솔을 쓰게 된 이후부터 대나무 칫솔들이 갑자기 눈에 들어왔던 경험. 관련 지식이 있는 게 아니라 기존 칫솔과 얼마나 다른지는 체감하지 못했지만, 대표인 치과의사분이 직접 고심하고 개발했다는 제작 스토리를 떠올리며 기분 좋게 양치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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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시설 청소년을 위한 굿즈, <소이프>
청소년 시절, 청소년 활동에 관심이 많았더랬다. 직접 청소년을 주제로 한 대외활동을 긴 시간 참여하기도 했고, 그 경험이 개인적으로 삶에 큰 영향을 끼쳤다. 성인이 되고 조금 더 나이를 먹은 후에도, 여전히 청소년은 관심 영역에 있었다. 소이프는 보육시설 청소년들의 자립을 돕기 위한 디자인 기업이다. 'Stand On Your Feet'이라는 메시지를 새긴 티셔츠를 구매했다. 조금 더 기분을 내고 싶은 날이면 그 티셔츠를 고르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사진 / 소이프 공식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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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swer 6.
나의 집에서, 무섭거나 위험했던 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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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는 놀랐던 순간에 대해 물어보았다. 독립해서 살다 보면 마주하는 무서워지는 순간, 위험해지는 경험들. 그중에는 웃고 넘길 수 있는 사소한 이야기들도 있지만, 독립하고 살아가는 우리가 마주해야 하는 불편한 현실들도 있을 테니까. 그렇게 경험부터 생각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요청했고, 경험을 들려주어서 아래에 소개. 개인적으로는, 상상도 못 했던 이야기들이 있어서 놀랄 수밖에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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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해서 조심하게 되는 경험들이 꽤 있어요. 집이 엘리베이터 문 바로 앞이라 내려서 바로 문을 열지 않고 다른 집인 척 옆 복도로 간다거나... 집이 3층이라 도로에서 집 내부가 창문으로 좀 보이는 편이다 보니 그 도로를 지날 때마다 걱정이 되는 일들이요. 조금 다른 게 있다면, 예전에 건물 전체에서 화재경보기가 오작동하면서 알림 방송이 나온 적 있는데 제 집에선 화재 경보기 소리가 울린 적 없어서... 그게 더 무섭더라고요.
- 3층 주민
이건 제 집 문제였던 건 아닌데, 한동안 무서웠던 일이 있었어요. 건물 앞에서 비밀번호를 누르다가 뭔가 인기척이 느껴져서 돌아보니 어떤 분이 저를 쫓아왔더라고요. 번호를 물어보려고 지하철에서부터 따라왔다고 해서 거절했는데, 제 집을 아는 거다 보니 너무 조심스러웠어요. 엘리베이터도 다른 층에 내려서 계단으로 갔고, 한동안은 집을 갈 때마다 주위를 신경쓰게 되었었어요. 제가 건물 앞에서 느끼지 못했다면 집 앞까지 같이 갔을 수도 있어서 더 무서웠던 경험이에요...
- 데이먼
꽤 예전 일인데, 주간-야간을 교대로 일하던 때 밤에 집에서 잠을 자고 있었어요. 잠귀가 밝은 편인데 새벽에 갑자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서 화들짝 놀라서 문 앞에 가보니 앞 집 분이 서 계시더라고요. 굉장히 당황하셔서 횡설수설하셨는데, 열린 문을 닫아주려고 했다고 하는데 문은 원래 잠겨 있었고 열리는 소리를 확실히 들었거든요. 다행히 잘 해결되었는데, 정말 무서웠던 경험이에요. 나중에 정황을 조합해 보니 비밀번호를 알아내서, 집이 비어 있을 때 몰래 들어오려고 했는데 제가 스케줄이 날마다 다르던 시절이라 집에 있을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더라고요.
- 쫄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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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12.
이번 주의 생각 : 남다르게 서류를 쌓는 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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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나올 예정인 드라마, <엘피스 : 희망 혹은 재앙>. 사실 난 이 드라마나 배우에 대해 아는 건 전무하다. 단지, 포스터에 깜짝 놀랐다. 인물들의 앞과 뒤에 있는 건 서류 더미와 연필과 같은 것들. 그것들을 색깔에 맞춰 쌓아 올리니 디지털로 만든 것 같은 효과가 만들어졌다. 처음 포스터를 접했을 때 '오 감각적이다'라고 생각했는데, 그 감각이 생각지도 못한 발상에서 출발한 거라 한 번 더 감탄.
찾아보니 유명한 아트 디렉터 '요시다 유니yoshida yuni'님의 작품이라고. 다른 작품들도 발상과 완성도가 남다르다고 생각했다. 나는 예술적인 감각이 별로 없는 사람이라, 저 포스터를 보며 '어떻게 저렇게 생각할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만 들었다. 남다른 한 끗을 만드는 일, 그걸 현실로 옮기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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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언급했지만, 10월 5일까지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이벤트를 하고 있다!
계정을 팔로우하고, "나에게 독립이란 ___다"라는 문장을 댓글로 적으면 되는 간단한 이벤트!
이 이벤트와 많은 걸 담아낸 슌님과의 인터뷰 결과까지 많은 관심을 부탁드리며 한 번 더 홍보!
-최우수 : 신세계 상품권 5만원 권 / 5명
-당선 : 스타벅스 아이스 아메리카노 기프티콘 / 5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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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독립일기는 여기까지/
처음레터는 독립과 함께 만나게 되는
수많은 처음의 상황과 감정들을 다뤄.
매주 목요일, 혼자가 되는 시간 밤 11시에 메일함을 찾아갈게✨
이번의 편지나 처음레터를 두고, 나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무엇이든 아래 링크로 편지를 남겨줘.
꼼꼼히 읽고, 생각하고, 고민하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 볼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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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우리들의 독립과 처음에 대한 이야기가 알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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