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겪는 놀람의 상황들 이번 주의 처음
지난 번, 서울식물원의 '식물도서관'에서 씨앗을 받았더랬다.
종은 '배초향'. 긴 시간을 간직하다, 분갈이 하며 비워둔 한 화분에 씨를 옮겨 심었다.
처음으로, 씨앗부터 심어본 경험이었다.
그리고, 독립을 주제로 인플루언서를 인터뷰했다.
그 이야기도 담을 날을 기다리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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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처음레터 미리보기/
💌 EP. 11
새벽 3시의 우당탕과 쓸쓸함
📮 MEET. 11
N행시부터 콜사인까지, 서핑의 즐거움을 주는 사이트
💬 Question. 06
나의 집에서, 무섭거나 위험했던 순간
💡LIFE. 11
디즈니를 끼얹은 심청전 애니메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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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혼자 있다 보면, 가끔 놀랄 때가 있다.
자려고 누운 밤, 무언가가 우두둑하고 떨어지는 소리가 날 때가 그렇다. 혼자 살며 가장 많이 겪은 일이 아닌가 싶다. 물론 범인은 하나였다. 현관 쪽에 붙여둔 우산꽂이. 독립과 함께 구매했던 첫 우산꽂이는 신발장에 붙여두었었다. 하지만 신발장이 맞지 않았는지, 애초에 동봉된 양면테이프로 버티기엔 약하게 설계된 것인지 어느새 떨어져 버리곤 했다. 그 일을 3~4번 겪고, 개인적으로 갖고 있는 양면테이프로 다시 붙여주었지만 2주가 지나니 힘을 잃었더랬다.
결국 우산꽂이 자체에 있는 접착력은 모두 소모된 것 같아, 새로운 친구를 구매했었다. 저번 우산꽂이보다는 잘 버텼지만, 그냥 벽은 2개월이 지나자 떨어져버렸다. 결국 자성이 있는 현관문에 붙여두었는데, 최근에 한 번 다시 떨어졌다. 새벽으로 바뀐 조용한 시간, 우산꽂이와 우산이 떨어지는 소리는 꽤나 컸다. 처음엔 문이 열리는 소리인 줄 알고 화들짝 놀랐다가 2초 뒤 상황을 깨달았다. 이번에도 결국 떨어졌구나. 놀란 맘을 안고 다시 붙여주고는 잠을 청했다. 아직은 붙어있지만, 머지 않은 시간에 한 번 더 나를 놀래킬 것만 같다.
그 외에도 놀라게 되는 순간들은 종종 있다. 노트북이나 현관의 센서등이 갑자기 켜질 때가 그렇다. 이럴 때면 으레 하는 이야기들이 생각난다. '귀신이 지나가면 그렇대'라는 말. 사실 최근에 현관에 아무도 없는데도 등이 켜지는 이유에 대해서 들었기 때문에(적외선으로 온도차이를 인식하는데, 공기 흐름에 따라 발생한다고) 엄청 겁을 집어먹게 되지는 않지만, 그래도 맘이 편하지는 않다. 노트북 역시 보통은 내가 시키지도 않은 업데이트를 하는 거라 그런 걸 알지만, 지난 밤처럼 혼자 윙-하고 켜질 땐 괜스레 맘이 콩알만해진다.
얄궂은 점이 있다면, 이런 일들은 마치 노린 것처럼 보통 내가 자려고 누운 때나 잠을 자고 있는 새벽-이른 아침에 발생한다는 점이다.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에 화들짝 잠이 깨는 경험은 적응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도 하고. 이렇게 놀라는 상황이 발생할 때 대처방법이라고 해도 별 게 있지는 않다. '그래, 별 일 아니야'라고 놀란 맘을 쓸어내리는 것 뿐. 사람이 없는 것은 확실한데, 센서등이 켜진다고 자리에서 일어난들 달라지는 건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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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꽂이가 떨어지는 소리는 그래도 한 번 자리에 가보게 된다. 지난번, 화장실 벽에 붙여둔 거치대가 떨어진 밤에도 그랬다. 일단 불을 켜고 원인은 찾아야 하니까. 문제가 있다면 놀람에 이어지는 일말의 안도감, 다시 찾아오는 허탈감과 외로움이다. 처음엔 소리에 놀라고, 몇 초 뒤 붙어있던 무언가 떨어졌다는 걸 인지하고 안도한다. 몸을 일으키고 불을 켜 직접 확인하면 눈에 들어오는 건 바닥에 나뒹구는 물건들이니 허탈하다.
그 물건들을 일일이 줍고, 다시 열심히 거치대를 붙이고 있자면 마지막엔 외로움이 찾아온다. 거치대가 떨어진 걸 해결해야 하는 것도 오롯이 나니까. 놀람과 안도감을 겪고 해결하는 과정까지, 누구와도 이 사실과 감정을 공유할 수는 없으니까. 화들짝 깨버린 나를 알고 있을 사람도, 내가 여전히 누워있는 동안 해결해 놓을 사람도 없다. 그렇게 혼자임을 깨달으며 문제를 해결하고 다시 잠자리로 돌아오면 마지막은 쓸쓸하다. 여러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이 짧고도 단순한(그렇지만 많은 감정과 행동을 요구하는) 사건으로 가득한 일상에 대해 알아버렸으니까.
독립은 혼자이기에 자유롭고, 신난다. 우산꽂이를 고르는 것도, 화장실 벽에 붙일 거치대를 사는 것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 직접 산 거치대에 온갖 물건을 꽂아 놓고는 '괜찮네'하고 만족하는 기쁨도 있다. 어딘가에 자랑하고 싶어질 정도로, '꽤 잘 사는걸' 싶다. 하지만 그 시간이 지나고 밤이 찾아오면, 이 작은 방의 물건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존재감을 드러낸다. 나의 손길이 필요하다고 말하거나, 자신의 수명이 끝났음을 알리거나. 그 과정에서 '나 혼자 있는 공간'이라는 믿음은 깨지고, 붙여놓기만 하면 영원히 그 자리를 지킬 물건이란 없다는 것도 알게 된다.
결국 나는 혼자여서 즐겁지만, 혼자여서 쓸쓸하다. 혼자서 나의 세상을 꾸려나가는 재미에 취하지만, 영원하지 않은 세상을 유지하는 데에는 많은 감정과 시간을 소모해야 함을 배우니까. 엄청난 것도 아닌데, 그 작은 것들이 나를 놀라게 하고, 당황하게 하고, 움직이게 하고, 외롭게 하고, 쓸쓸하게 만든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말해주듯이, 기쁜 만큼 그 반대도 책임져야 한다고 말하는 것만 같다. 그럴 때면 문득 그런 생각을 한다. 이 독립의 기쁨과 슬픔을 나 혼자만 품고, 내가 잊으면 존재조차 사라질 기억으로 남기는 일들이 때론 외롭다고. 누군가가 함께한다면 독립의 기쁨은 줄어들 수도 있겠지만, 혼자여서 기쁜 만큼 힘든 순간도 찾아온다고.
그래, 그게 독립이다. 누군가 내게 '독립'에 대해 묻는다면 '새벽 3시에 경고 없이 떨어지는 우산꽂이 소리에 잠이 깨서 다시 붙여놓고 돌아와 잠을 청하는 일'이라고 답할 수도 있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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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et 11.
N행시부터 콜사인까지, 서핑의 즐거움을 주는 사이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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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세상엔 다양한 사이트들이 있다. 적절히 시간 때우기 좋은 곳도 있고, 아이디어가 기발한 곳도 있고, 꽤 유용한 정보를 주는 곳들도 있다. 인터넷을 유랑하다 보면 만나게 되는 곳들이 있어, 몇 가지를 꼽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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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지어주는 N행시, <TUNiBridge>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시, N행시. 이 사이트에서는 단어(한/영)를 넣으면 AI가 알아서 N행시를 지어준다. 맘에 들지 않으면 여러 번 다시 시도할 수 있는데, 어떤 건 하나의 결과만 내기도 하더라. AI마저도 그 이상의 답을 찾긴 어려웠던 걸까... 처음레터는, '레몬 향이 터지는 소리'라는 공감각적 표현을 선보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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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에 대한 모든 것, <VentuSKY>
역대급 태풍이 올라오던 때 접속했다. 기온, 강수량, 풍속, 기압, 대기오염 등 날씨와 관련된 많은 것들을 볼 수 있다. 재생 버튼을 누르면 앞으로 3일 뒤까지의 변화도 시간 단위로 볼 수 있어 조금씩 다가오는 태풍의 경로를 좇았던 기억. 전 세계를 볼 수 있다 보니 미세먼지가 심한 국가도 볼 수 있는데, 미세먼지가 화살표 방향 따라 움직이는 게 꽤 재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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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드 라이프 도시 순위, <Nomad List>
코로나 이후, '노마드 라이프'가 떠올랐다. 이 사이트는 전 세계 도시들이 얼마나 '워케이션하기 좋은지' 점수를 매겼다. 1등은 리스본, 2등은 발리, 3등은 방콕. 서울은 16위, 부산은 83위, 제주는 131위. 비용, 인터넷, 재밌는 정도, 안전함 등이 평가 요소다. 실제로 얼마나 맞는지나 내가 갈 수 있는지는 제쳐두고, 그냥 도시별로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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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건 콜사인 만들기, <Call Sign Generator>
영화 <탑 건 : 매버릭>을 보고 파일럿의 멋짐에 빠졌었더랬다. 서로를 이름이 아니라 '콜사인'으로 부르는 것도 왠지 모르게 멋있었달까. 이 사이트에선 이름을 넣으면 나만의 '콜사인'을 만들어준다. 아예 고정은 아니고 계속 바뀌는데, 기억에 남는 건 'Guardian'과 'Summit'. 때로는 괴상한 단어도 나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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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estion 6.
나의 집에서, 무섭거나 위험했던 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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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는 놀랐던 순간에 대해 이야기를 했었다. 이번에 적었던 것은 다행히 별일 아닌 일이었지만, 실제로 독립해서 살다 보면 무서워지는 순간, 위험해지는 순간이 많다. 원인 모를 사람의 침입부터 크고 작은 사고까지. 독립해서 살며 겪었던, '무섭고 위험했던' 경험들에 대해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이번엔 이전과 조금은 다른 느낌의 주제를 가져왔다.
혼자 있는데 불이 켜지는 사소한 순간도, 정말로 무서울 수밖에 없던 경험도, 경험이 아니라 그저 이 주제에 대한 생각까지 무엇이든 환영! 본인들의 이야기를 가져와 준 고마운 분들에게는 작은 선물을 드릴 예정. 그리고 지난주 '숟가락 실종 사건' 레터에 답장이 있어서 함께 소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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숟가락 실종사건이라니!! 넘모 무서워요!!! 양말은 저도 꼭 한 짝 씩 없어지더라구요..? 모든 독립인들이 겪고있는 문제가 아닐까... 근데 숟가락은 누가 가져간걸까요? 괴도 키드? 괴도 루팡? 아니면 따뜻한 나무침대가 필요한 제리가 가져갔을지도..? 방구석에 작은 굴이 있을지 몰라요 잘 살펴보세요~!!
-따뜻한 파인애플
ㄴ저만 없어지는 건 역시 아니죠!? 숟가락은 아직도 못 찾았습니다 T-T 제리가 숨어 있을 법한 작은 굴을 잘 찾아봐야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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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11.
이번 주의 생각 : 디즈니를 끼얹은 심청전 애니메이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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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영상을 틀어놓고 식사의 흔적을 치우던 어느 날, TV에서 디즈니 음악이 들려왔다. 목소리나 느낌은 완전히 디즈니 음악인데, 잘 모르는 음악이었다. 내가 모르는 새로운 애니메이션이 나왔나, 하고 TV를 흘끔거리니 심청전을 묘사한 '디즈니 애니메이션'이었다. '디즈니가 심청전을?' 했는데 알고 보니 LG의 '그램360' 광고 영상이라는 걸 알게 됐다.
올해 초 한국계 미국인 '줄리아 류'님이 한국의 이야기를 알리고 싶은 마음에 틱톡에 <심청전>을 주제로 직접 뮤지컬 테마의 곡들을 올렸는데, 그 중 대표곡이 <DIVE>였다고. 원곡이 큰 인기를 끌었고, LG에서 아예 협업해서 애니메이션으로까지 만든 결과가 가져온 유튜브 영상. 결국 광고 영상이긴 했지만, '디즈니에서 한국 캐릭터 애니메이션을 만든 건가?'라고 착각할 정도여서 놀라웠다. 이 노래에 담긴 진심과 애니메이션이라는 결과물이 아름다워서, 앞으로는 더 재밌는 게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게 되는 마음. 그리고 나도 저런 멋진 것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싶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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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독립일기는 여기까지/
처음레터는 독립과 함께 만나게 되는
수많은 처음의 상황과 감정들을 다뤄.
격주 목요일(당분간은 매주!), 혼자가 되는 시간 밤 11시에 메일함을 찾아갈게✨
이번의 편지나 처음레터를 두고, 나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무엇이든 아래 링크로 편지를 남겨줘.
꼼꼼히 읽고, 생각하고, 고민하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 볼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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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우리들의 독립과 처음에 대한 이야기가 알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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