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처음들에 대한 이야기 이번 주의 처음
키우던 식물 몇 개가 과습으로 죽고 말았었다.
살아남은 친구들을 다른 화분으로 옮겨주는 분갈이를 했다.
처음으로, 화분의 흙을 꺼내고 뿌리를 옮겨준 경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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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처음레터 미리보기/
💌 EP. 10
독립의 사소한 순간들
📮 MEET. 10
사소한 순간을 도와줄 서비스
💬 ANSWER. 05
나만의 휴식 방법
💡LIFE. 10
사소한 과거의 기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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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면 까먹을 사소한 순간들이 있다.
독립을 하고 나서, 다양한 처음들을 겪고 있다. 그중에는 처음으로 고장 난 변기 레버를 고친다거나, 처음으로 행거 조립을 해본다거나, 처음으로 갈비찜을 만들어본다거나, 처음으로 집들이를 해본다거나 하는 굵직한 일들도 있지만, 반대로 사소한 일들도 있다. '어라?'하고 뒤돌면 까먹을 법한 그런 이야기들. 그런 처음의 순간들.
최근, 숟가락 하나가 없어졌다는 걸 발견했다. 독립하고 처음 겪는 '수저 실종사건'이다. 기존 집에서는 쇠숟가락을 쓰다가, 독립하고 나서 제일 먼저 산 것 중에 하나가 나무 수저였다. 그 부드러운 질감도, 온기가 있는 듯한 온도감도, 모양도 좋았다. 처음에는 2세트를 샀다가 손님 초대하는 일이 생기며 4세트로 늘렸었다.
설거지하고 난 어느 날 숫자가 안 맞는다는 걸 알았다. 나무젓가락은 4세트가 그대로 있는데, 숟가락은 3개뿐이다. 혹시 있을까 찬장도 열어보고 냉장고도 열어봐도, 숟가락은 보이지 않는다. 사람이 여럿 살고, 자주 손님이 드나드는 집이면 모를까 우리 집은 나 혼자 살고 사람도 어쩌다 올 뿐인데. 누군가 가져갈 만한 물건도 아니고, 나 역시 가져 나갈 물건도 아닌데. 여전히 숟가락은 실종 상태다.
이와 비슷하게, 양말도 꾸준히 하나씩 실종되는 중이다. 양말이 사라지는 일이야 그동안 너무 익숙한 일이었지만, 그동안은 여럿이 살기도 하고 번잡하니 이해했다. 하지만 나 혼자 사는 집에서, 빨래 바구니와 세탁기와 건조대가 3걸음이면 해결될 동선에서 왜 사라지는 걸까? 양말들은 사라지면 어디로 가는 걸까? 양말에 이어 숟가락까지, 이해되지 않는 실종 사건들이 연달아 발생하니 기묘할 따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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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김치통 하나를 비웠다. 처음으로, 오롯이 나 혼자 소비한 김치통이었다. 김치를 처음 사던 독립 초기, 감도 없이 '이 정도면 금방 먹지 않나?'하고 사이즈가 있는 김치를 주문했더랬다. 배송받고, 생각보다 많은 양에 놀라며 여러 개의 락앤락 통에 옮겨 담았다. '언제쯤 다 먹으려나' 싶었다. 크고 작은 통들을 비우고, 최근에는 마지막 통도 끝이 보이고 있었다. 그 '첫 마지막'을 기념하고자, 김치전을 부쳤다. 아예 A부터 Z까지 한 건 처음이었다. 부침가루 없이 밀가루로 부친, 마지막 김치를 활용한 첫 김치전은 꽤 맛있었다.
추석 때는 집에 돌아오며 각종 명절 전을 가져왔다. 그냥 먹어도 좋지만, 괜스레 요리 하나에 도전해보고 싶어졌다. 유튜브 영상을 틀고 처음으로 전찌개를 끓였다. 특별한 조리법이라고 할 건 없는 찌개였지만, 모양을 내기가 쉽지 않았다. 영상 속 백종원 아저씨는 '전 찌개는 모양이 생명이에요~'라고 여러 번 외쳤는데, 생명인 걸 아는 거랑 그걸 구현하는 건 다른 이야기였다. 겉모습만 보면 이게 전 찌개인지 두부조림인지 알 수 없는 음식이었지만, 또 그럭저럭 맛은 있었다.
그 외에도 사소한 처음의 순간들은 또 여럿 있었다. 가까운 곳에 있었는데 인지하지 못했던 마트 하나를 처음 방문하고는 '앞으로 여기를 애용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독립과 함께 주문했던 액체형 치킨스톡에 곰팡이가 생긴 걸 발견했다. 상할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고, 치킨스톡도 냉장 보관이 좋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았다. 지난번에 스테이크 소스를 냉장보관 해야 한다는 걸 알았을 때, 치킨스톡도 냉장고에 넣었어야 했는데... 싶었다.
독립을 한 지도 1년이 가까워지고 있으니 그래도 어느 정도 겪었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처음인 것들이 많다. 사소하지만 사소하지는 않은 발견과 깨달음의 순간들이 찾아오는 일이 놀라울 따름이다. 방 한 칸의 세계가 얼마나 복잡한지. 그리고 이 말을 떠올릴 때면, 방 안의 생명들이 생각이 난다. 함께 숨을 쉬는 식물들, 원치 않게 공생하게 되는 각종 곰팡이나 내가 존재를 까먹은 사이 냉장고 구석에 박힌 재료들 속에서 자라나는 균들, 퇴근하고 돌아오면 갑자기 눈에 띄는 날벌레 같은 존재들.
나 혼자, 단순한 방에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많은 일이 벌어지는 세계 속에 살고 있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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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방과 우주'라는 내용으로 또 AI 이미지를 만들어 보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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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성을 위해 사소하다고 적었지만, 사소하지 않은 순간들을 도와주는 서비스를 가져왔다. 음식을 먹을 때, 그리고 쓰레기를 버릴 때. 독립하고 마주하는 가장 '잦은' 순간들을 도와준다. 무엇보다, 내가 냉장고와 쓰레기통 앞에 서서 휴대폰으로 구글 검색을 하게 만든 순간들에 필요한 정보들을 담고 있어서 알게 된 이후 얼마나 반가웠는지. 물론, 광고는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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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백과사전, <블리스고>
App(Android, IOS)
'오늘도 분리수고하셨습니다!'란 메시지가 맞아준다. 이름에서 오는 느낌처럼, '분리수거'를 도와주는 서비스다. 혼자 살면 다양한 플라스틱과 쓰레기들을 마주하게 되는데, 그중에는 '어떻게 버려야 해?'라는 물음이 뒤따라오는 것들 투성이다. 블리스고에서는 물품별로 어떻게 버리면 되는지를 알려주는데, 기본적인 물품들부터 '양파망', '프링글스통', '옷걸이'와 같이 독특하지만 고민하게 할 아이템들이 계속 업데이트되고 있어서 재밌었다. 커뮤니티도 있어서 직접 물어볼 수도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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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냉장고부터 시작하는, <거꾸로 레시피>
App(IOS)
"냉장고에 00 정도는 모두 있으시잖아요~"라는 말처럼 힘 빠지게 하는 건 없다고 했던가. 레시피 영상들을 보다 보면 '아 저거 없는데...' 싶고, 그러면 금세 흥미가 떨어진다. '거꾸로 레시피'는 냉장고에 있는 재료로 레시피를 찾아준다. 앱을 켜고 내가 가지고 있는 재료와 조미료를 선택하면, 그걸로 할 수 있는 요리가 나온다. 다만 나오는 결과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고 느꼈는데(내 재료가 부실한가😥), 서비스 전체 레시피도 있어 보충은 된다. 다만 레시피가 자세하지는 않아서, '이런 요리해 먹어야겠다'라는 아이디어를 얻기에 적합한 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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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난 주(지난주는 추석 기념 Q&A로 건너뛰었으니), 각자의 휴식 방법에 대해 물었었다. 휴식을 했던 경험, 생각, 이야기, 방법, 그 어떤 것이든. 또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들려주었기에, 소개할 생각에 2주간 두근두근했더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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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물로 샤워하고, 이불 덮고 잠들기...! 휴식이 필요한 순간은 보통 체력이 떨어진 때인데, 얼마 안 남은 체력이지만 샤워하고 잠들면 일어났을 때 풀충전된 느낌이에요!
-오늘
저는 그냥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는 편이에요! 어떤 방해도 없이 혼자 게임을 하든, 폰을 보든, 책을 읽든, 혼자 시간을 가지면 에너지가 채워지는 것 같아요. 이런 시간을 오랫동안 가지지 못하면 뭔가 속이 답답하고, 스스로 정리가 안 된 느낌을 많이 받아요. 뭔가 쌓이는 건 많은데 해소가 안 되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무얼 하든 상관은 없지만 혼자 있는 게 제 휴식 방법!
-도치
저는 2개에요. 1)사람들과 함께 보드게임 하기 2)매트리스 깔고 누워서 영화 보다가 잠들기. 휴식은 힐링이라고 생각하는데, 사람들과 보드게임 하면서 웃고 떠들고 나면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다 사라지거든요. 반대로 육체적으로 힘들 땐 누워서 영화 보다가 잠드는 걸 좋아해요.
-상진
제게 휴식은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갖는 것! 그래서 좋아하는 취미생활을 하거나, 아예 아무것도 안 하고 쉬는 편이에요. 집순이지만, 영상을 즐겨보는 편이 아니라서 혼자 피포페인팅을 하거나 무언가를 만드는 편이에요. 조금 길게 휴식할 수 있을 땐 레고를 하나 사서 조립하고 있는데, 하루 이틀에 걸쳐 완성하는 재미가 있어 좋아합니다 ㅎㅎ 레고 사진도 첨부합니다!
-코코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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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10.
이번 주의 생각 : 사소한 과거의 기억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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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모이는 명절에, 다 같이 무엇을 보면 좋을까 고민했었다. TV에서 나오는 프로그램들은 모두의 관심을 끌기에는 조금 부족해 보였다. 유튜브를 연결해서 90년대를 다룬 영상들을 틀었고, 조금 과거의 이야기는 가족 모두가 이야기하기에 아주 적합했더랬다. 그중에서 내가 가장 재밌었던 영상을 가져왔다. 90년대생인 나는 이 영상에 나오는 느낌의 초등학교에 다녔었으니까. 지금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되는 것들 투성이었지만, 그런데도 추억 보정 덕분인지 과거를 기분 좋게 볼 수 있었다. 우유 급식, 운동회, 문구점 앞 게임기, 방학 숙제... 그 사소한 기억들이 몽글몽글 솟았던 추석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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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독립일기는 여기까지/
처음레터는 독립과 함께 만나게 되는
수많은 처음의 상황과 감정들을 다뤄.
격주 목요일(당분간은 매주!), 혼자가 되는 시간 밤 11시에 메일함을 찾아갈게✨
이번의 편지나 처음레터를 두고, 나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무엇이든 아래 링크로 편지를 남겨줘.
꼼꼼히 읽고, 생각하고, 고민하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 볼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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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우리들의 독립과 처음에 대한 이야기가 알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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