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레터가 보내는 첫번째 편지 2022. 07. 07(목), 혼자가 되는 시간 11:00에 만나는 첫번째 독립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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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이 처음레터는 독립을 하고 마주하는 수많은 처음의 순간들을 이야기하는 편지. 독립을 결심하고, 집을 구하고, 부동산 계약을 하고, 전입신고를 하고, 이사를 하고, 물건을 사고 음식을 만들고 청소를 하는 그 수많은 순간들에 혼자였던 내가 이제는 함께 나누고 싶어서 보내는 레터. 앞으로 2주에 1번, 우리가 각자의 자리에서 겪은 처음들과 내가 겪은 처음들, 그 잡다하고도 소중한 독립 이야기들을 들고 올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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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p 1. 새로운 일상, 새로운 시작에 대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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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나 중요한 순간은, 갑작스럽게 찾아오곤 한다.
나에겐 독립이 그랬다. 어린 시절 누구나 가지고 있을 법한 자취에 대한 로망을 여전히 가슴 한편에 품고 살아왔지만, 강렬하지는 않았다. 20대 중반부터 함께 살았던 할머니와의 생활은 익숙해졌고, 크게 떠날 이유도 없었고, 그만큼 주변의 모두가 계속 그곳에서 살기를 바랐다. 그러니 당분간 그 집에서 나올 일도 없겠거니 하며 살아왔다. 그러다 갑작스레 많은 것이 바뀌었고, 나는 독립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이제 혼자 살 준비를 해야 한다’라는 걸 인지하게 된 순간은 예고도 없이, 당연히 정해져 있던 것인 양 대수롭지 않게 다가왔다. 그 길로 나는 집을 알아보고, 대출을 알아보며 독립을 준비했고 올해 1월에 새로운 거처에 몸을 뉘이게 됐다.
자연스레 많은 일들이 새롭게 시작됐다. 개중에는 할머니와 살 때도 하던 것들도 있었으나, 함께 하는 사람 없이 홀로 해야만 한다는 점에서도 새로웠다. 삼시 세끼 먹을 메뉴를 궁리하고 사 오거나 만들어 내는 일, 음식을 만들기 위해 장을 보러 나서는 일, 때가 되면 화장실과 싱크대의 구석구석을 깨끗하게 만들어내는 일, 그를 위해 필요한 물건들을 사러 마트와 쿠팡을 뒤지는 일, 들여놓은 식물에 물을 주는 일, 퇴근한 뒤에 쌓여있는 택배들을 일일이 열고 그 흔적을 치우고 잘 모아 분리수거장에 내려놓는 일, 월 말이 되면 우편함을 힐끗 쳐다보고는 관리비 통지서를 가져와 돈을 송금하는 일(이름이 아니라 호수로 보내는 걸 잊지 않는 일), 음식을 먹은 그릇을 씻고 냉장고에 재료를 넣으며 상한 것이 없는지를 체크하는 일, 주말이면 침대에 누워서 씻을지, 청소를 할지, 메뉴를 배달시킬지, 요리를 할지 고민하며 모든 걸 미루는 일...
그 일 중에는 늘 해왔던 것인 양 능숙하게 해낼 수 있는 것들도 있었지만, 난감한 순간도 많았다. 기존 세입자가 남기고 간 하이라이트의 얼룩은 어떻게 지워내야 하는 것인지, 플라스틱이 섞여있는 물건은 어떻게 분리수거를 해야 하는지, 배수구 청소는 어떻게 해야 잘 되는 건지, 이 물건들을 수납하기 위해서 가장 적합한 물건이 뭐가 있을지, 공과금을 자동으로 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쓰레기통을 살 땐 어떤 걸 사야 좋은지, 벽에 무언가를 붙였다가 떼내면서 벽지가 찢어졌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나 혼자 맞닥뜨린 나만의 문제였고, 인생을 살며 처음 있는 일들이었고, 그런 일들은 매일매일, 하루에도 여러 번 있었다. 빠른 시간 안에, 알아서 해결하는 법을 배워나가야 했다. 옆집에 문을 두드리고는 '저... 혹시 이 계란이 상한 걸까요?'라고 물어볼 수는 없었으니까. 중요하고도 사소한 모든 판단들을 '나 홀로' 해야 한다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었다.
'독립'이라는 인생의 중요한 시작은 갑작스레 날 찾아왔고, 그와 함께 수많은 '처음의 순간'들이 해일처럼 내게 달려들었다. 그 물결들을 해치며 지금까지 독립 일자 D+에 하루하루를 추가해 오고 있지만, 그 과정은 오롯이 나만의 순간이라는 게 아쉬웠다. 거대한 해일이 다가올 땐 도움을 요청하고 싶었고, 기분 좋게 지나간 다음엔 '이것봐봐! 나 대단하지?'라고 으스대고 싶었고, 나는 이렇게 했는데 다들 어떻게 했는지 묻고 싶기도 했다. 할머니와 함께 세웠던 규칙이 아니라 나만의 규칙을 세웠는데, 이 새로운 규칙에 대해 말해줄 사람도 아무도 없었으니까. 하지만 친구를 붙잡고 '너는 청소할 때 밀대걸레를 쓰니?'라고 물을 일은 많지 않았고, 독립한 뒤 겪는 대부분의 일이 그렇듯, 그 생각들과 감정들과 고민이 다시 썰물처럼 빠져나가버리곤 했다. 그 모든 과정의 시작과 끝에는 오로지 나뿐이었다.
그래서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모든 처음의 순간을 기록하고, 전하고 싶었다. 독립한 이후 생기는 새로운 일상들과 경험들을 나누고 싶었다. 먼저 전하고, 또 묻고 싶었다.
"나는 이렇게 살고 있어요. 당신은 어때요?"
혼자서, 나만의 우주를 만들어나가고 있는 우리들을 위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고, 앞으로는 우리 모두가 각자의 '집'이라는 우주 공간을 유영하며 마주하는 그 순간들을 함께 나누게 하고 싶었다. 매일매일이 새로운 이 신기한 순간과 감각들을 모두가 각자의 우주에서, 각자만이 느끼고, 각자가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그리고 각자의 우주 어딘가로 사라져 버린다는 건 아쉬우니까. 무엇보다, 이 우주에서 떠돌고 있는 게 나 혼자라는 건, 너무 외로우니까. 최소한 나의 선택과 순간들과 처음만이라도 이야기하고 싶어졌고, 처음레터를 쓰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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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eet 1. 마트에서 볼 수 없는 채소와 과일을, 내 집 앞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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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하는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게 있다면, 개중에는 '신선한 비타민'이 들어갈 것이다. 그 신선한 비타민을 품고 있는 채소와 과일을 먹기는 이래저래 쉬운 일이 아닌데, 일단 가격이 만만찮다. 요리를 하려고 하거나 그저 과일 좀 섭취해 보려고 마음을 먹어도, 가격표를 보고는 '음...'하고 다시 내려놓게 된다. 큰 마음 먹고 구매를 하하더라도, 어느새 썩어버려 있는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고 나면, '채소가 비싸다'란 건 '그 가격을 다 쓸 수 없다는 가능성'까지 포함한 말이구나 싶다.
'어글리어스'는 그렇게 채소를 멀리하며 대파와 양파 정도만 섭취하던 내게 파릇파릇한 밥상을 만들게 해준 서비스다. '친환경 못난이 채소박스'라는 이름 그대로, 어글리어스는 크기가 작거나 예쁘게 생기지 않았다는 외관상 이유로 상품성이 떨어지는 채소를 정기배송받을 수 있다. 마트에서 보기 어려운 채소들이니 만큼 가격은 더 저렴하고, 마트에서만큼 대량으로 포장되어 있지도 않다. 평소에 구매할 생각도 없었을 다양한 종류의 채소와 버섯이 한가득 담겨오다 보니 당분간은 '녹색 쿼터제'가 충실히 유지되는 독립 라이프를 살게 되는 건 덤.
덕분에 평소였으면 살 일 없었던 채소들을 가지고, 해 볼 거라 생각하지 못했던 음식들을 먹었다. 당근 덮밥이라든지, 감자전이라든지 하는 것들. 낭비를 줄이며 친환경에 조금 더 힘을 보탰다는 뿌듯한 마음과, 판로를 찾아 기뻐하고 있을 농부들의 모습과, 부족한 비타민을 먹어 건강해졌을 나를 생각하며 새로운 요리에 도전하고 식사를 하는 건 그저 '때우기에 바쁜' 한 끼를 보다 소중하게 만드는 경험이었다.
어글리어스는 원하는 정기배송 기간을 설정할 수 있고, 필요에 따라 미루기도 가능하다. 최근에는 다양한 과일들도 비정기적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준비가 되어서, 구매하지 않더라도 '요새는 이런 과일이 제철이군'하는 나름의 감각도 키우게 됐다. 박스에는 종이가 한 장 같이 오는데, 어떤 채소들이 담겨 있는지/무슨 이유로 담게 되었는지/어떻게 요리하면 좋을지 레시피까지 함께 있어 유용하게 써먹었다.
(이미지 클릭시 연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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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에 한 가득, 채소와 고구마/감자, 버섯 따위가 가득 담겨 왔다. |
어글리어스로 받은 시금치, 토마토, 버섯을 이용해 오일 파스타를 해먹은 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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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uestion 1. 다들,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아이템이 뭐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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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질문. 집에서 가장 최애하는 아이템이 있다면? 이 아이템을 보며 '내 집', '내 우주'라는 걸 실감하는 것은 다들 무엇일까. 물어본 사람이 먼저 말하는 것이 인지상정. 참고로 나는 침대 옆 파티션. 그 왜 bbq 그릴처럼 생겨서, 무엇이든 걸 수 있는 그것, 오늘의 집에서 볼 수 있는 그것. 거기에 내가 찍은 사진도 걸고, 선물 받은 식물도 놓고, 잠들기 전 읽을 책도 놨더니, 이곳이 나의 집이구나. (흡족)
이 글을 읽으며, 꼭 독립한 상태가 아니더라도 공유해주고 싶은 나만의 아이템이 있다면 아래 링크로 전해줘. 다음에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또 다른 사람에게 소개하고, 소개받으면서 우리의 독립에 대한 이야기들이 풍성해질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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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렇듯 바로 잠들기 아쉬운 밤, 인터넷 세상을 유영하다 발견한 영상. 떼창해주는 한국인을 보고 처음엔 믿지 못하다가, 어느새 기쁨 가득한 표정으로 웃어 보이는 가수를 보는 일은 얼마나 즐거운지. 댓글들이 전하는 그날의 이야기, 가수의 상황들을 보고 나면 더 감동스럽더라고. 그날 밤은 어김없이 'We are Young'을 여러 번 들으며 잠들었던 것 같아.
"이 영상은 그냥 행복이라는 감정의 시각화 그 자체..."
댓글처럼 누군가가 진심으로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행복은 전염된다는 걸 알게 된 밤, 함께 이 감정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에 유튜브 영상 하나를 레터 끄트머리에 얹어 보낼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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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독립일기는 여기까지
처음레터는 독립과 함께 만나게 되는
수많은 처음의 상황과 감정들을 다뤄.
격주 목요일, 혼자가 되는 시간 밤 11시에 메일함을 찾아갈게✨
이번의 편지나 처음레터를 두고, 나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무엇이든 아래 링크로 편지를 남겨줘.
꼼꼼히 읽고, 생각하고, 고민하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 볼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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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우리들의 독립과 처음에 대한 이야기가 알고 싶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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